대구 건설 현장 5곳 임금 체불 사태…피해자 산더미, 고공 농성까지

입력 2022-12-11 17:24:58 수정 2022-12-11 20:04:42

노조 "임금 체불된 근로자 130명으로 피해만 5억4천여만원"
타워 크레인에 올라가 "체불임금 지급하라" 고공 농성
화성산업 "11월 하도급 업체에 대금 지급 완료, 하청이 미지급"

지난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고공 농성을 벌였다. 전국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제공
지난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고공 농성을 벌였다. 전국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제공

대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하청 공사를 맡고 있는 건설사가 원청으로부터 인건비 등 공사대금을 받고도 이를 지급하지 않아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가 빚어졌다. 고통에 시달린 한 인부가 밀린 임금을 요구하며 타워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는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11일 전국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쯤 동구 신암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 인부 A(48) 씨가 타워 크레인에 올라 "10월분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며 농성했다. A씨는 밀린 임금을 모두 지급하고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원청의 약속을 받고 10시간 만에 내려왔다.

A씨는 하청 업체인 B건설사가 원청인 화성산업으로부터 인건비를 받고도 지불하지 않았다며 타워 크레인에 올랐다. 해당 건설 현장에서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는 A씨를 비롯해 모두 47명, 체불임금은 2억2천여만원에 달한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원청이 내려보낸 공사비에 인건비가 있는데 B건설사는 공사비가 많이 소요됐다는 이유로 임금을 주지 않았다"며 "11월도 일부 체불된 임금이 있다. B건설사가 원청으로부터 돈을 더 받아내려는 과정에서 노동자들만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이 체불된 건설 현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화성산업이 시공하는 5곳에서 B건설사가 하청 공사 중이다.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모두 130명, 체불 금액은 5억4천만원 수준이다.

원청인 화성산업은 지난달 18일 자로 B건설사가 속한 모든 현장에 공사비와 인건비 등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화성산업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다시 임금을 지급하고 향후 구상권 청구 등 대위변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지난달 20일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고 B건설사에게 체불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근로자 생활 안정을 위해 우선 또 지급하기로 했다"며 "이후 돈을 돌려받을 방법 등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B건설사는 대구 소재 소규모 업체로 알려졌다. 이곳 건설사 한 직원에 따르면 현재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