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 '캣맘' 갈등, 혐오 범죄로 번졌다…주택 골목가에서 무차별 폭행도

입력 2022-12-07 16:21:59 수정 2022-12-07 19:40:00

남구 주택가 골목에서 '캣맘'에 대한 무차별 폭행
대구 유기묘 13만마리 추정, 1년에 2천900마리 중성화 수술
길고양이와 캣맘 관련 동물보호법 제정 필요

남구 대명동의 한 주택가에서 누군가 뿌려둔 사료를 길 고양이들이 와서 먹고 있다. 김세연 기자
남구 대명동의 한 주택가에서 누군가 뿌려둔 사료를 길 고양이들이 와서 먹고 있다. 김세연 기자

지난 1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30대 여성이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다가 인근 주민인 40대 남성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평소에 길고양이를 구조해 보살피는 '쉼터'를 운영하는 자원봉사자로 사건 당시에도 중성화를 마친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가해자는 "밥을 주니 고양이들이 자신의 오토바이에 오줌을 싸거나 골목을 더럽힌다"고 언성을 높였다. 5분간 이어진 무차별적인 폭행은 경찰이 온 후에서야 멈췄다. 남성은 불구속 입건됐고, 피해자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도심 속 길고양이 개체수가 갈수록 급증하면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이른바 '캣맘(Cat Mom)'을 향한 혐오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길고양이로 인한 배설물, 소음, 차량 피해를 호소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농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중성화수술 효과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에는 약 13만 마리의 유기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유기묘는 대구에서만 매년 평균 2천500마리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대구에 추가된 유기묘는 2천535마리였고 지난 2021년에는 2천757마리가, 2020년에는 2천735마리가 추가됐다.

대구시는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매년 수억원을 들여 'TNR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TNR이란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수술(Neuter)을 한 후 방사(Return)하는 사업이다. TNR사업의 예산은 2020년 3억원에서 올해는 5억8천만원으로 늘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울음소리나 음식물 쓰레기, 배설물 관련 민원이 주로 들어온다"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매년 2천900마리 정도를 중성화하고 있다. 캣맘에 대한 혐오범죄나 고양이 학대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홍보물 부착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무차별 폭행 사건이 벌어진 골목에는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이 치워진 채 적막감이 감돌았다.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 중인 이모(68) 씨는 "여기가 주택가다 보니 평소에도 고양이들이 많이 다녔다"며 "정붙이고 사는 사람들은 먹이를 챙겨주기도 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과 공존하는 삶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용 캣치독 총괄팀장은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길고양이와 동물 애호가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적절한 장소에 급식소를 마련하는 등 지자체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