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경질 고집…민주당 실력행사 이유는?

입력 2022-12-04 17:19:55 수정 2022-12-04 20:47:41

연말연시 국정조사 주목 못 끌어…예산안 성과 극대화 노림수 분석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선(先)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後) 이태원 압사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즉각적인 경질을 요구하며 국무위원 해임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국정조사 기간이 연말연시에 걸쳐 있어 국민적 주목을 받기 힘들 것을 우려한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지렛대로 선제적으로 성과를 챙긴 후 국정조사에 돌입하기 위해 이 장관 거취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대구 수성구갑),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튿날에는 국정조사 계획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선 여야 원내지도부가 경륜을 발휘해 난마처럼 얽힌 정국의 돌파구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25일 박홍근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28일까지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국회가 직접 나서겠다고 경고했고 윤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여야는 다시 벼랑 끝 대치국면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에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 협의과정에선 더 없이 합리적이던 민주당이 왜 갑자기 '묻지 마'식 처벌을 요구하며 생떼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거대야당인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조건으로 정치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림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권이 한껏 몸을 낮출 수밖에 없는 예산안 처리국면을 활용해 협상조건에 자신들의 요구를 더 얹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막상 국정조사를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여론의 반향이 크지 않고 정부의 부실대응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 할 경우 빈손으로 국정조사를 마무리 할 수밖에 없을 것을 걱정해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이 장관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이태원 압사 참사 책임 추궁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 이 장관 경질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최근 이 장관을 두둔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 경질에 나서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여권이 받지 못 할 카드를 계속 주장하는 방식으로 정치 공세를 이어가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