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기적을 아십니까?" 한국 역대 3차전 선전 많았다

입력 2022-11-29 09:10:20 수정 2022-12-04 16:42:26

1986~2018년 9차례 월드컵 3차전 2승 2무 5패
전 대회 우승국 독일 2대0으로 꺾은 '카잔의 기적' 가장 유명
패배한 3차전 5경기 중 4경기는 1골 차 석패
0대5, 1대4, 2대4 등 역대 2차전 사례와 대비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조규성은 이날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멀티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조규성은 이날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멀티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비록 가나엔 졌지만 포르투갈이 우루과이를 꺾으면서 16강 진출 가능성이 여전히 불씨를 지피고 있다. 활활 타오르지는 않지만 온기가 있다.

월드컵마다 불러보는 익숙한 녀석 '경우'에게 '수'(숫자를 가리키는 數 셀 수 또는 방법을 가리키는 手 손 수)를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과거 월드컵 3차전들에서 '선전'을 한, 즉 나름 후회 없는 경기를 한 사례들을 통계 삼아 기대감도 높여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전날인 28일(한국시간 기준) 밤과 29일 새벽에 잇따라 치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는 가나가 대한민국을 3대2로 꺾었고, 포르투갈은 우루과이를 2대0으로 제압했다.

▶불행 중 다행이다.

포르투갈이 2승(승점 6점)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하면서 조 1위를 굳혔고, 이에 조 2위 가나(1승 1패, 승점 3점), 3위 대한민국(1무 1패, 승점 1점), 4위 우루과이(1무 1패, 승점 1점)의 순위표가 만들어졌다.

즉, 같은 1무 1패인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는 골득실이 각 -1과 -2로, 한국이 골득실에서 1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현재까지 우루과이는 무득점이지만(1차전 한국 전 0대0, 2차전 포르투갈 전 0대2), 한국은 조규성이 대한민국 월드컵 도전 사상 최초 멀티골(2골)을 기록하면서 골득실에서 앞서게 됐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 대 우루과이 경기. 포르투갈 브루누 페르난드스가 페널티킥으로 쐐기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 대 우루과이 경기. 포르투갈 브루누 페르난드스가 페널티킥으로 쐐기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3차전에서는 한국이 포르투갈을 반드시 잡는 가정 하에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 우루과이 대 가나 등 H조 조별예선 3차전은 승부 조작 등의 우려를 막고자 같은 시간에 치러진다.

일단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기면서, 우루과이도 가나를 이겨주면 제일 좋다. 이때 포르투갈이 2승 1패로, 한국과 우루과이가 1승 1무 1패, 가나는 1승 2패가 된다.

이때 한국과 우루과이는 골득실을 따져 16강에 진출하는 2위냐, 떨어지는 3위냐를 가리게 되는데, 지금의 골득실 1점 우세를 계속 지키는 스코어가 필요하다. 또는 골득실마저 같으면 다득점을 따지게 되는데, 현재 한국이 2골 및 우루과이는 0골로 이 역시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참고로 다득점으로도 우위를 못 가리면 승자승, 페어플레이 점수(현재 옐로카드가 한국·우루과이가 각 3장으로 동률, 벤투 감독이 1차전에서 받은 옐로카드와 2차전에서 받은 레드카드는 제외) 순으로 따진다. 우루과이의 가나 전 신(辛)승(겨우 이기는 것)이 요구된다. 우루과이가 가나에 1대0으로 이기는 게 가장 좋다.

그러면서 한국은 포르투갈이 16강 진출을 확정한 만큼, 3차전에서는 휴식을 취하며 벤치 멤버들을 대거 내보내는, 플랜B 로테이션을 시험 가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야 한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 대 우루과이의 경기가 끝난 뒤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가 허탈해 하며 붕대를 풀어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 대 우루과이의 경기가 끝난 뒤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가 허탈해 하며 붕대를 풀어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만일 우루과이와 가나가 비기면, 우루과이는 2무 1패로 탈락하고, 한국과 가나가 1승 1무 1패(승점 4점)로 동률이 된다. 이때는 한국이 골득실에서 만회해야 한다. 현재 골득실이 한국은 -1, 가나는 0이기 때문이다. 만약 골득실이 같아지면 다득점을 따져야 하는데, 현재 한국은 2골을 넣었고 가나는 그 2배가 넘는 5골(1차전 2골, 2차전 3골)을 넣었다. 이 다득점마저 동률이 된다고 해도, 그 다음으로 따지는 승자승에서 한국은 가나에게 2차전에서 진 이력 때문에 16강에서 탈락하게 된다. 따라서 우루과이와 가나의 무승부를 염두에 둔다면 한국은 포르투갈에 이기더라도 2골 차 이상 승리라는, 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가나가 우루과이에 승리하면, 한국은 포르투갈을 5대0 아니 10대0으로 잡아도 무조건 탈락한다.

한국이 포르투갈과 무승부를 기록하거나 지는 경우는 두 말 할 것 없이 탈락이다.

H조 조별예선 3차전은 12월 3일 0시에 킥오프된다. 한국은 1, 2차전을 치른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과 맞붙고, 우루과이와 가나는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만난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조규성이 추격하는 첫번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조규성이 추격하는 첫번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함께 주목되는 게 대한민국의 월드컵 3차전 역사이다.

꽤 선전한 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사례가 쌓이면 통계도 나오고, 그게 일종의 '성향' '스타일' 'DNA'(유전자)를 설명하는 것이니,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일단 3차전이 없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1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1차전 헝가리에 0대9, 2차전 터키에 0대7 대패해 탈락)을 제외하고 살펴보자.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며 경험한 2차례 3차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7차례 3차전은 대부분 '유종의 미'를 꽤 거둔 사례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다음과 같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한국은 1무 2패의 성적을 거뒀는데, 1차전은 마라도나가 활약한 아르헨티나에 1대3으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 불가리아와 1대1로 비겨 선전한 데 이어, 3차전에서 역시 강호인 이탈리아와 만나 2대3으로 석(惜)패, 즉 아깝게 패배했다. 최순호와 허정무가 후반전에 잇따라 2골을 넣었다. 만일 당시 1골만 더 넣어 무승부를 기록했다면, 한국은 조 3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조광래의 자책골이 뼈 아팠다. 참고로 조 3위에게도 16강 기회를 주는 룰은 1994년 미국 월드컵까지 존재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3패를 기록했는데, 조별예선 3차례 경기 중 그나마 3차전을 선전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벨기에에 0대2, 2차전에서 스페인에 1대3으로 졌고, 이어 3차전에서 우루과이에 0대1로 패배했다. 이 3차전에서는 후반 45분에 우루과이 폰세카에게 결승골 일격을 당했다. 직전 대회에 이어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아쉬운 경기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은 특히 3차전이 아쉬운 대회였다. 한국은 조별예선 1차전에서 스페인과 극적 2대2 무승부(홍명보, 서정원 골)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어 2차전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는 '좀 답답했던'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3차전 독일과의 경기는 전반에만 3골을 내줬지만, 후반은 경기를 지배하면서 황선홍과 홍명보가 추격골을 넣었다. 그러나 결국 무승부는 만들지 못했고, 조 3위에게도 주는 16강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치른 벨기에와의 조별예선 3차전은 '유종의 미'라는 수식을 강하게 남겼다. 1차전에서 멕시코에 1대3,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대5 패배를 당해 16강 진출이 좌절된 대한민국은 그러나 마지막 3차전에서는 유상철의 만회골로 1대1로 비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치른 포르투갈과의 조별예선 3차전은 아마도 가장 성과가 좋았던 3차전이다. 1차전에서 폴란드를 2대0으로 꺾고, 2차전에서 미국과 1대1 무승부를 거둔 대한민국은 3차전 전까지만 해도 16강이 불확실했다. 그러나 같은 조에서 가장 강한 상대로 꼽힌 포르투갈을 박지성의 골로 1대0으로 제압했고, 이어 포르투갈을 16강에서 탈락시키는 초유의 상황도 만들었다. 이를 발판으로 한국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강호들만 잇따라 꺾고 4강까지 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은 '3차전 선전'의 예외 사례로 볼 수 있기는 한데, '아쉬운 3차전'의 맥락은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은 조별예선 1승 1무(토고에 2대1 승, 프랑스와 1대1 무승부)를 거둔 상황에서 스위스와 만났는데, 석연찮은 심판 판정 등을 매개로 0대2로 패배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치른 조별예선 3차전은 신(辛)무, 즉 겨우 비겨 16강 진출 성과를 만든 사례이다. 대한민국은 1차전에서 그리스를 2대0으로 꺾었지만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대4로 대패했다. 이어 16강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2대1로 승기를 잡았다가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2대2로 따라잡혔지만, 이 스코어를 그대로 지키며 1승 1무 1패, 조 2위의 성적으로 16강 티켓을 따냈다. 당시 아르헨티나가 3승을 거둬 조 1위, 그리스는 1승 2패로 3위, 나이지리아는 1무 2패로 4위.

다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명백히 3차전 선전 예외 사례이다. 대한민국이 조별예선 1차전에서 러시아와 1대1로 무승부, 2차전에서 알제리에 2대4 패배를 기록한 후 벌인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0대1로 진 것. 역대 3차전 가운데 가장 무기력했던(그러나 첫 월드컵을 치른 손흥민의 눈물 등 눈길을 끄는 장면은 좀 있었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비교해도 그렇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대한민국의 3차전 역사 중 '가장 강렬한 유종의 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로 '카잔의 기적'이다. 한국은 1차전에서 스웨덴에 0대1 패, 2차전에서 멕시코에 1대2로 패하며 16강 진출 문이 크게 좁아졌다. 이어진 전 대회 우승국 독일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후반 막판 2골을 넣어 2대0의 값진 승리를 거뒀다. 특히 손흥민이 주세종의 롱패스를 폭풍 질주로 받아 연결한 골이 여전히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2018년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대한민국이 소화한 9차례 월드컵 3차전 사례 전적은 2승 2무 5패이다. 모두 10골을 넣었다.

물론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지만, 1골만 더 넣었다면 무승부가 됐을 경기가 1986년 월드컵 이탈리아 전(2대3 패), 1990년 월드컵 우루과이 전(0대1 패), 1994년 월드컵 독일 전(2대 3패), 2014년 월드컵 벨기에 전(0대1 패) 등 5패 사례 중 4경기나 된다.

2차전에서 큰 패배를 당한 경우가 많았던(1990년 월드컵 스페인 전 1대3 패, 1998년 월드컵 네덜란드 전 0대5 패, 2010년 월드컵 아르헨티나 전 1대4 패, 2014년 월드컵 알제리 전 2대4 패) 걸 감안하면, 2차전 패배 충격 후 3차전에서 혼신을 다한 맥락도 보인다.

이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있어 기대감이 여전히 남은 3차전을 치르게 된 상황이다. 그 결과에 따라 '극적 16강' 아니면 '유종의 미' 등의 수식이 붙을 전망이다. 물론 아무런 수식이 붙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18년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김영권의 슛이 골로 인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 연합뉴스
2018년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김영권의 슛이 골로 인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