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취업 한파에 "취업 포기 했어요"…'구직 단념' 대구 청년 늘어난다

입력 2022-11-27 15:50:52 수정 2022-11-27 20:19:32

4년제 대학졸업자 10명 중 7명 구직단념상태
7개 특·광역시 중 대구 청년 고용률 5위…올해 3분기 41.6%에 그쳐
경기침체와 물가상승률로 취업난·경제난 시달려

대구의 한 대학의 2022학년도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이 채용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의 한 대학의 2022학년도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이 채용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취업에 대한 의욕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족들 눈치에 매일 아침 학교 독서실로 향합니다."

대구권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정모(26) 씨는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곧 졸업을 앞둔 그는 높은 학점과 영어 성적에 인턴 경험 및 자격증 3개까지 갖췄지만, 번번이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 씨는 "취업 준비 기간은 점점 길어지는데 물가도 올라 밥 한 끼, 문제집 하나 사기도 벅차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취업 한파에 경기침체, 물가상승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취업 활동을 포기하는 '구직 단념'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구직 단념 상태의 청년들은 앞으로 더 나아질 거란 희망조차 품지 못한 채 의례적으로 채용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이 실시한 대학생 취업인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10명 중 7명은 사실상 '구직 단념자'였다.

전국 4년제 대학 4학년 또는 졸업 예정이거나 졸업한 대학생 920명 가운데 31.8%가 '의례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의 하지 않는다'(26.7%), '쉬고 있다' (7.3%)는 응답까지 더하면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 대학생은 전체의 65.8%였다.

그나마 구직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청년들은 채용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력직 선호 등에 따른 신입채용 기회 감소'(28.2%)를 꼽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대부분 기업이 필요할 때만 인력을 뽑는 수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청년들의 실무 경험 기회가 대폭 축소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는 상대적으로 청년 구직 단념 상태가 더 심각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7개 특·광역시 중 대구의 15~29세 청년 고용률은 지난 3년(2019~2021) 동안 평균 5위에 머물고 있다. 올해 3분기 현재 청년 고용률은 41.6%에 그친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용현 박사는 "지자체 차원의 지역 청년 채용 사업들이 시행 중이나 체감에는 역부족"이라며 "대기업 유치 노력과 함께 4차 산업, IT 관련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대학, 지역 기업이 연계하는 맞춤형 교육 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