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밤하늘에 내리치는 번개를 순간포착한 것 같기도 하고, 은하계의 푸른 성간운 같기도 하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속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낯섦과 공포,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놀랍게도 이 이미지는 일회용 컵에 남은 커피의 흔적들이다. 남은 커피가 말라붙은 컵의 바닥면을 카메라 대신 정밀한 스캐너로 찍은 뒤 반전 효과를 통해 도출한 이미지다. 반전 효과로 인해 검은색의 작은 커피 찌꺼기가 마치 하얀 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경일대 사진영상학과와 동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최근희 작가는 대구를 기반으로 작업해오고 있다. 그는 10여 년 전 새로운 작업을 찾던 중 일회용 컵에 남은 커피 찌꺼기를 보고 영감을 받아 '커피 트레이스'(Coffee Trace)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최 작가는 "터키인들은 커피를 다 마신 후 바닥에 남은 흔적으로 그날의 운을 점친다고 한다. 그 흔적을 보며 반전된 이미지, 우주와 관련된 여러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뭔가 오랜 운명으로 얽힌 것이 한순간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연습해왔다. 작품의 원본이 된 지름 5.5cm의 일회용 종이컵 바닥면만 500개 가까이 된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 지름 150cm의 종이를 바닥에 두고 커피의 흔적을 담아내기도 했다.


사진과는 다른 방식의 작업. 그는 이 작업을 10년 가량을 테스트, 서브 작업으로만 진행해왔고 이번 전시가 첫 발표다.
그는 "이 작업은 사진적 표현 언어가 아닌 미술적 표현 언어 중 하나인 심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진이 사실적인 표현 매체라면, 미술은 추상적인 표현 매체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는 의도하지 않은 우연과 그가 직접 얹어낸 심상의 언어가 함께 존재한다. 그는 "20배 이상 스캐닝을 통해 나타난 이미지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불필요한 레이어들이 존재한다. 직접적인 이미지에 나만의 내면적인 해석을 더해 붓으로 지워내거나 그려내고, 명암 조절이나 병합 등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보는 것에서 벗어나, 들여다보는 작업을 통해 나를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감정을 작품에 투영해보고자 시도했다"며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며, 이번 전시가 앞으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사진 전문 갤러리인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 5층)에서 12월 4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053-766-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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