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학교] 유교 덕목 인문학 열정 DNA…김천 봉계초교

입력 2022-11-20 11:57:29 수정 2022-11-23 13:26:08

글쓰기 영재학급 12년 운영…예술꽃씨앗 연극 수업 학교
인의·창의력 초점 맞춘 교육

봉계초등학교 10회 졸업 사진. 봉계초등학교 제공
봉계초등학교 10회 졸업 사진. 봉계초등학교 제공

봉계초등학교가 위치한 김천시 봉산면의 봉계마을은 창녕조씨와 영일정씨 문중이 자리해 김천의 대표적인 반촌(班村)으로 불리며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조선전기 성리학자이자 대문장가인 매계(梅溪) 조위 선생이 거주했던 봉계마을은 근대적인 교육환경이 갖춰지기 전 문중서당을 열어 후손들을 교육했다.

봉계초등학교 연혁지에는 '정·조씨의 서당에서 서당교육을 실시해 오던 중 오규환 선생께서 신식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조감찰서당으로 장소를 옮겨 새로이 전래된 신식 교육을 하던 중 교육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증가해 정씨 종터를 처음 희사받아 가교사를 건립해 신식 교육을 했다'고 학교 설립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후 1919년 11월 20일 설립인가를 받아 같은 해 11월 25일 4년제 '봉계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다. 1938년 '봉계심상소학교', 1996년 '봉계초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학교 부지는 1947년 산재해 있던 학교 토지를 현 위치의 개인토지와 대토해 확보하면서 확정됐다.

봉계마을은 인의(仁義)리와 예지(禮智)리, 신(信)리로 나뉜다. 이는 유교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기본적인 도리이자 덕목을 일컫는 오상(五常), 오륜(五倫)에서 따왔다.

지명마저도 유교의 덕목에서 따온 봉계마을의 인문학적인 전통은 봉계초등학교의 DNA가 되어 이어지고 있다.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중략)/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조국·정완영·1962)

조국의 슬픈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나라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노래한 시조, '조국'(祖國)의 작가 백수(白水) 정완영 시인은 봉계초등학교 10회 졸업생이다.

봉계마을의 인문학 DNA는 경북도 내에서 유일한 봉계초등학교의 글쓰기 영재학급으로 나타난다.

봉계초등학교는 지난 2011년부터 12년째 글쓰기 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시 쓰기, 동화 만들기, 산문 쓰기, 시조, 시 낭송, 주장하는 글쓰기로 이루어진 6개 분야의 다양한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

매년 재학생들의 글쓰기 수상실적도 화려하다. 올해에만 제7회 노촌 이약동 청백리 백일장, 굿네이버스 '세계시민교육 편지 쓰기 대회', 제43회 매계 백일장 등에서 다수가 입상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크게 부흥시킨 작사가 조경환(예명 고려성)과 작곡가 조광환(예명 나화랑·11회) 형제도 봉계초등학교 출신이다.

고려성은 나그네 설움, 삼각산 손님, 고향에 찾아와도, 제물포 아가씨 등을 작사했으며 나화랑은 열아홉 순정, 무너진 사랑탑, 청포도 사랑, 뽕따러 가세, 울산 큰 애기 등 주옥같은 명곡을 작곡했다.

봉계초 선배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예술꽃씨앗학교'로 이어진다.

봉계초등학교는 지난 2019년 '예술꽃씨앗학교'로 지정돼 전교생이 연극과 관련된 수업을 받고 있다. 교육연극, 무대미술, 연극무용 등 교육 연계 프로그램과 방과 후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중에는 연극캠프를 열고 김천가족연극제에도 참여한다.

최명숙 봉계초교 교장은 "지역사회의 전통과 선배들이 이어온 인문학적인 기반을 토대로 인의·창의력 교육을 통해 봉계초등학교만이 가진 특색 있는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봉계초등학교 전경. 신현일 기자
봉계초등학교 전경. 신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