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로 울음바다 된 빈소…"어디선가 동생 심장 계속 뛰고 있다고 생각"
영정사진 들여다보며 손수건으로 눈물 닦기도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했던 동생", "맡은 바에 책임감 가득했던 동료"
이태원 참사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희생자가 8명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고 하늘의 별이 됐다.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중구 한 장례식장.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전날 사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A(24) 씨의 시신이 이곳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참담한 표정의 유족 20여명은 A씨의 영정사진을 들여다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대구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군인이 된 A씨는 사고 당일 피해가 집중됐던 이태원역 인근 해밀턴호텔 옆 내리막길에 있었다. A씨의 친형 B(26) 씨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황망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동생이 심정지 상태라며 '못 믿겠으면 뉴스를 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용을 확인 후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새벽에 가족과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며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동생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우리 가족이 이런 사고를 겪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사망 선고가 내려진 11일까지 10일여간 유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었다. 손상됐던 장기가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B씨는 "동생의 손상된 장기 상태가 좋아졌고 자가호흡도 가능해졌다고 들었다"며 "그러다 며칠 전 뇌 손상 정도가 너무 심해 뇌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에 실시한 뇌파 검사에서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있길 바랐는데 파동이 없어 사망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동생이었다. 아파트 옥상에서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고 오순도순 앉아 치킨을 먹는 것도 좋아했다. 특히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거나 산을 올랐다. B씨는 "몸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했다. 헬스와 태권도, 주짓수에도 다재다능했다"고 회상했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애국심은 A씨를 군인으로 만들었다. 그는 부대 내에서도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타인에게 모범이 됐다. 이날 빈소를 찾은 A씨의 한 동료는 "어떤 일에도 적극적이었고 열심히 하면서 후배들도 살뜰히 챙겼다. 평소에 애착이 큰 친구였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유족들은 A씨의 생전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B씨는 "어디선가 동생 심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 뛰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며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말이 있는데 정말 동생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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