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고교 재경총동창회 탐방] (9) 신의·협동·창의로 다방면 인재 배출…대구고

입력 2022-11-05 06:30:00

"생색 한번 내지 않던 내리사랑, 이게 대구고 선배님 모습"

대구고 재경동창회가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라비돌웨딩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대구고 재경동창회 제공
대구고 재경동창회가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라비돌웨딩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대구고 재경동창회 제공

"젊은 시절 회사를 다닐 때 견적 금액을 크게 실수한 적이 있었습니다. 상대 회사 부장님을 찾아가 사정사정을 하는데 사투리 탓인지 고향이 어디냐고 묻더군요. 대구라고 하니 또 고등학교를 묻는 겁니다. 대구고라고 하니 몇 회냐고 하기에 20회라고 대답했습니다. 부장님은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돌아가라는 겁니다. 며칠 뒤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돼 있었습니다."

손신호 대구고 재경동창회 사무총장(20회)은 '눈 뜨고 코 베이는' 서울 살이에서 대구고 졸업생인 덕분에 고마웠던 일 중 하나로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손 사무총장은 "나중에 알고 보니 상대 회사 부장님은 대구고 12년 선배셨다. 중요한 건 선배님께서 후배를 도와주면서 생색 한 번 내지 않으셨다는 점이다. 이게 대구고 선배님의 진정한 모습이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대구고 재경동창회는 1974년 이성희 초대 회장(1회)이 창립해 21대 임경구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끈끈함은 야구부 후배들이 전국고교야구 시합 차 상경했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 대구고 야구부는 지난 2015년 모교로 돌아온 손경호 감독(25회) 취임 이후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중흥기를 구가하고 있다.

손 감독은 "결승까지 진출하면 보통 보름 정도를 서울에 머물게 된다. 재경동창회에서 선수 식사를 도맡아 지원해주시는 건 물론이고 경기장에 직접 응원하러 와주신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봉황대기 결승에서 상태팀인 천안북일고는 전교생이 직접 응원하러 왔고, 대구고는 시험 기간이라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재경동창회 동문 가족 150명이 와서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덕분에 우승까지 가능했다"고 말했다.

재경동창회원들의 학창시절 추억 대다수 역시 야구부와 관련된 것이다. 특히 1979년 봉황대기 4강 진출은 당시 재학생이었던 20~22회 기수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손 사무총장은 "당시 3학년 여름방학이라 우리는 학교에 나와 보충 학습을 하고 있었고 야구부는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디팬딩 챔피언인 서울고와 16강전을 치르고 있었다. 다들 라디오를 틀어놓고 응원했지만 9회초까지 13대8로 지고 있었다. 그런데 9회말 6점을 내더니 13대14로 역전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8강전을 하는 다음날이 광복절이라 밤에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에 간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대구고가 사상 첫 4강에 진출한 걸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고는 '신의를 바탕으로 서로 도우며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자'는 교훈을 바탕으로 한국사회 다방면에 동문들을 배출했다.

정계에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15회)을 빼놓을 수 없다. 최재경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21회)과 이명규 전 국회의원(13회)도 대구고 출신이고, 현역 중에선 재선의 이만희 국회의원(22회)이 의정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관가에선 우동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12회), 노태강 주스위스대사관 대사(19회), 권근상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장(24회)이 대표적인 현직 대구고 인사다. 김홍대 전 법제처장(1회), 최양식 전 경주시장(11회), 최경수 전 국무총리실 정책차장(13회), 이순진 전 합참의장(14회), 이완수 전 감사원 사무총장(15회), 임환수 전 국세청장(20회)도 대구고 출신이다.

재계에선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20회)이 대구고의 이름을 높이고 있다. 또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9회), 김종석 평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10회), 김영모 제과명장(11회), 정수홍 피케이엘 대표이사 사장(14회), 김춘학 제넨바이오 대표이사 회장(15회), 이재림 보림토건 대표이사(15회), 남광희 KH바텍 대표이사(17회), 권상준 티에스이 회장(17회), 박용석 디엠에스 회장(17회) 등이 활약 중이다.

법조계에선 안철상 대법관(16회)을 필두로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18회), 김광훈 법무법인 세양 대표 변호사(19회), 최봉태 법무법인 삼일 대표 변호사(21회), 박성재 전 서울중앙지검장(21회) 등이 있다.

문화계는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 겸 영화감독(12회), 이원동 화가(19회), 유병완 사진가(22회), 류철균 소설가(24회), 조정래 영화감독(32회) 등이 있다. 체육계는 김휘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장(3회), 이재근 전 대한체육회 선수촌장(11회), 안재창 인천국제공항공사 배드민턴 감독(31회), 강경진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감독(32회) 등이 있다.

이밖에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18회), 김현대 한겨레신문 대표이사(19회)와 김용림 경북대병원장(19회)도 대구고 동문이다.

대구고 재경동창회 당구모임인 애당회가 지난 4월 제10회 재경동창회장배 기별당구대회를 열었다. 대구고 재경동창회 제공
대구고 재경동창회 당구모임인 애당회가 지난 4월 제10회 재경동창회장배 기별당구대회를 열었다. 대구고 재경동창회 제공
대구고 재경동창회 산악모임인 달구 산악회 회원들의 모습. 대구고 재경동창회 제공
대구고 재경동창회 산악모임인 달구 산악회 회원들의 모습. 대구고 재경동창회 제공

대구고 재경동창회는 기수별, 직능별, 지역별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특히 골프, 테니스, 당구, 바둑, 등산 등 각종 취미활동이 활발하다. 대구고와 현재 서울 주거지의 앞글자를 딴 대송회(대구고+송파구), 대목회(대구고+목동)도 수시로 개최된다.

재경동창회원들의 최대 행사는 4월 동문·가족 체육대회와 12월 대구고인의 밤이다. 내달 9일 개최 예정인 대구고인의 밤은 2019년 이후 코로나로 일시 중단됐다가 올해 3년 만에 개최된다. 오랜만에 열리는 최대 행사에 벌써 약 400여명의 동문들이 참석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