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자꾸만 생각나요"…국민적 트라우마 '세월호' 보다 더 클 수도

입력 2022-11-03 16:46:10 수정 2022-11-03 21:02:44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중의 불안감 커져
대구 등 지역의 사람들도 "참사 장면 계속 떠올라" 호소
현장에 있던 시민과 SNS 등으로 접한 사람들 심리적 충격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서울 광진구 국가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해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서울 광진구 국가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해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출퇴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구의 김모(33) 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들이 몰리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피하게 됐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참사 현장을 여과 없이 접하면서 당시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며 "출퇴근 때 경사진 계단 등에서 혹시 모를 사고가 나지 않을까 괜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1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유족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뉴스를 비롯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당시 현장의 영상과 사진을 접한 사람들이 불안 등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국립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사회적 자연적 재난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는 '재난 경험자'는 직접적인 충격이나 손상을 받은 재난 피해자와 그의 친구, 가족, 동료다.

나아가 소방관과 경찰관, 응급대원, 의사, 간호사 등 재난 지원인력, 재난이 발생한 지역사회의 주민,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국민 전체도 도움이 필요한 재난 경험자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가 전 국민에게 2014년 세월호 때보다 더 큰 트라우마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건 현상의 노출 강도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보이지 않고 접근이 제한된 바다에서 벌어진 세월호와는 달리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일상에서 익숙한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로 목숨을 잃었다는 점도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더 키운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참사를 경험하고 목격한 사람이 많고, 참사 현장을 그대로 담은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다는 점도 문제다.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도 끔찍한 모습들이 SNS 등을 통해 전달됐다.

실제 이번 참사와 관련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호소하는 상담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는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현재까지 450여 건의 상담이 이뤄졌는데 주로 목격자가 많다"고 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은 ▷믿을 수 없음과 충격 ▷공포와 미래에 대한 불안 ▷혼미와 무관심 및 감정적 마비 ▷신경질적인 반응(과민성) 및 분노 ▷슬픔과 우울함 ▷무기력감 ▷극심한 배고픔 혹은 식욕 상실 ▷명확한 이유 없는 울음 ▷두통 및 위장장애 ▷수면 장애 등이다.

서완석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 현장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으로 사고 현장에 관한 장면을 접하면 불안이 심해질 수 있고, 트라우마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며 "특히 유가족, 부상자, 구조자를 포함해 사건을 접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만큼 사건에 대해 자극적으로, 혹은 자기 분노를 싣는 방식으로 표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에 마음안심버스가 세워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이태원 압사 참사 유가족 등의 심리 안정을 위해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마음안심버스에서는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를 돕기 위해 정신건강 검진 및 상담을 한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에 마음안심버스가 세워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이태원 압사 참사 유가족 등의 심리 안정을 위해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마음안심버스에서는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를 돕기 위해 정신건강 검진 및 상담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