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금리·물가 고공행진 영향…집에서 음식 해 먹는 경우 늘어나
올해 상반기 조미료 매출액 956억…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 증가
자취남 김지운(38) 씨 냉장고에는 떨어지기 무섭게 채워지는 튜브형 양념장이 있다. 바로 비빔면 양념장을 토대로 나온 완제품 만능 비빔장이다. 김 씨는 이 양념장으로 여름철 주말 점심때 손쉽게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곤 했다. 주말 저녁 캔맥주 '혼술'을 즐길 때는 이따금 통조림 골뱅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비빔장에 무쳐낸 안주를 곁들였다. 식은 밥에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나물 반찬을 비벼먹을 때도 고추장 대용으로 요긴하게 써먹었다. 드물지만 집에서 친구와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는 고추장과 쌈장 역할을 이 하나로 끝냈다.
김 씨는 "요리를 모를 때는 비빔국수를 만들 때 그냥 초고추장을 두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전문가 조리법을 찾아봤더니 그게 아니더라. 요리 가짓수에 제약이 있긴 해도 양념장을 쓰면 고추장에 다른 양념을 더하는 수고를 덜어주면서 값싸게, 또 손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요리 중인 주방에서 노모가 조미료를 꺼내 들면 친정에 온 딸이 "건강에 나쁘다"며 말리는 일도, 국·탕·찌개 간을 보던 아빠가 고개를 갸웃하며 남몰래 '마법의 가루'를 투척하는 일도 이젠 옛이야기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집콕'이 대세가 되고. 올 들어 금리와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 먹는 이른바 '홈쿡족'이 늘고 있다. 덩달아 조미료 사용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식품 업계도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국내 조미료 시장 양대 산맥인 '미원'이 MZ세대를 겨냥한 복고 마케팅으로 젊은 이미지를, '다시다'는 비건 열풍에 맞춘 신제품으로 건강한 이미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요리 초보 '요린이'를 겨냥한 액상, 티백, 분말 형태 만능 조미료까지 가세하며 조미료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조미료 시장 올 상반기 약 6% 덩치 불려
1일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조미료 매출액은 9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01억원)과 비교해 약 6.1% 증가했다. 조미료가 일반적으로 추운 날씨 탓에 내식 수요가 늘고 탕이나 찌개 등의 선호가 높아지는 4분기에 판매 증가세가 뚜렷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 매출액은 2천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소매 중심의 대형마트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 국내 매장 전체에 올 상반기 국물내기용 조미료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5.2% 신장했다. 같은 기간 부산경남을 포함한 영남권 전체에서는 5.5%, 대구경북에서는 3.4% 늘었다.
유통업계에서는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등 가구 유형의 변화와 코로나19 유행이 조미료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2018년 1천837억원 수준이던 조미료 시장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천994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밀키트 등 간편식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매출 규모가 1천869억원으로 줄었지만, 10월 외식물가가 전달보다 8.9% 오르는 등 올 들어 식재료와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다시 반등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에서 요리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간단하지만 맛은 그럴싸한 조리법을 찾은 결과라고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미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깨진 것도 한몫했다.
조미료의 한 종류인 'MSG'는 한동안 'MSG=화학조미료=건강에 나쁘다'는 세간의 인식 때문에 시장에서 고전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과 공동 연구를 통해 MSG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0년 MSG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2018년 들어서는 MSG를 '화학적 합성품'이라 표기하지 않기로 하면서 조미료 제조 업체도 '누명 벗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30 겨냥한 만능 조미료의 대두
최근 조미료 시장 성장에서 이채로운 점은 액상 조미료가 조미료 시장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홈쿡' 트렌드를 따라 주방 앞에 서는 2030이 늘어나며 생긴 변화로 해석한다.
사실 액상 조미료는 크게 만능 조미료로 묶이는 제품이다. 만능 조미료는 액상부터 동전 모양의 고체, 통째로 넣고 끓이는 티백, 분말 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다양한 조미료를 구매할 필요가 없고, 요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소량을 넣고 끓이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어 1인 가구나 요리에 서툰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게다가 조리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만능 조미료의 대표격인 참치액은 지난해 이마트에서 매출이 54.4% 늘었다. 샘표의 식물성 콩 발효액 조미료인 '연두'는 2030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쇠고기맛, 해물맛을 내세운 정통 조미료와 달리 순 식물성을 강조한 '콩 발표 에센스' 마케팅이 최근 세계적 트렌드인 '비건' 흐름에 맞아떨어진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2030세대의 외식 수요를 모두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마침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따라할 수 있는 요리 콘텐츠도 늘었다"며 "그동안 요리에 관심이 없던 2030세대가 주방 앞에 서면서 물에 섞어 간편하게 육수를 만들고, 무침이나 볶음 요리 마무리에 간을 맞추는 등 요리 종류에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조미료가 인기를 끌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광고·채식 조미료 등 마케팅 강화
'다시다'와 '미원'을 앞세운 CJ제일제당과 대상 두 전통의 강호도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강화를 통해 시장 다잡기에 나섰다.
쇠고기 육수 맛을 표방한 다시다는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다시다'를 제품군에 추가했다. 채수·버섯가루 등으로 만든 기존 식물성 조미료가 아니라 콩으로 쇠고기 향이 나는 조미료라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건강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했다. 해당 제품은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고 유럽 비건 인증인 V라벨도 획득했다.
미원은 온라인 마케팅으로 젊은 층과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광고 '감칠맛 나는 맛의 조연'은 공개 열흘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48만회를 넘어섰고 지난달 말까지 누적 조회 수 531만회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 9월에 새로 공개한 '맛바람 미원'은 공개 한 달 만에 조회 수 1천만회를 돌파했다. 지난해 공개된 편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달에는 초창기부터 이어진 미원의 로고를 고스란히 담은 '미원체'를 발표하며 MZ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66년 동안 미원이 책임져 온 감칠맛을 보다 친근한 방식으로 표현할 방법으로 미원체를 공개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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