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경찰이 왜 있느냐" 경찰 대처에 비판도
"남자친구를 소개하며 결혼을 얘기하던 착한 친구였는데..."
2일 오전 11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모(29)씨의 발인이 열렸다. 이씨의 어머니는 오열할 힘도 없이 "내딸, 내딸"하며 흐느꼈다.
이씨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친구 D씨는 "지난달 15일에도 고교 동창 모임을 했다. 그때 자신의 남자친구를 얘기하며 결혼에 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D씨는 "너무 착한 친구다"면서 눈물을 흘렸고, "이럴거면 경찰이 왜 있냐"라면서 당시 경찰의 대처에 대해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취재에 따르면 희생자 이씨는 지난 29일 밤 이태원 인근에 사는 친구 C씨의 집에 놀러 가 야식을 사러 가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친구 C씨도 인파에 쓸려 기절했지만 심폐소생술을 받고 일어났다. C씨가 희생자 이씨를 CPR했지만, 이씨는 의식이 없었다.
발인식에는 30명 정도의 발인 행렬이 시작됐고 오후 1시30분에 서울 추모공원에서는 약 50명의 지인이 모였다.
수골이 끝난 오후 3시, 이씨의 어머니는 무릎을 꿇은 채 흐느끼며 납골함을 다시 열어 냄새를 맡았다. 딸의 마지막 흔적을 최대한 간직하고자 했다. 모두가 울 힘도 없이 훌쩍거리기만 했다.
아버지 B씨는 지난 1일 취재진에게 "이제 (아버지에게) 소개해줄만한 남자가 생긴 것 같다면서 내게 말했는데.."라며 어린 딸의 설렘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아버지 B씨는 장례식장에서 이씨의 남자친구를 처음 봤다고 전했다. 발인일에 휴가를 낸 남자친구에 대해 "사위 같아서 결혼하면 잘 살았을 텐데"라며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B씨는 화장을 기다리면서는 "내 딸을 이제 조용히 보내주고 싶다. 이제 무슨 말을 하겠나"며 심경을 표현했다.
같은 직장 동료도 "회사에서 너무 평이 좋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닷새째인 2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은 또다른 희생자 발인이 다른 시간에 열렸다.
또 다른 희생자인 故 이(17)군의 발인은 새벽 4시 30분에 먼저 시작됐다. 시작되자 지쳐있던 유족들은 눈물을 흘릴 힘조차 없어 보였다. 분위기는 차분했고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할아버지는 빈소 앞 화면에 있는 손자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영정사진에는 교복을 입은 앳된 모습의 이군이 웃고 있었다. 새벽 6시 30분부터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이 시작되자 어머니는 "내아들, 내아들"을 되뇌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도 울 힘도 없이 훌쩍거렸다.
이군은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생 등 3명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같이 간 친구 2명은 밀려 나가다 탈출했고 이군과 같이 있던 B군은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했다.
지난 1일 이군의 유족은 "4남매 중 맏이로 마이스터고에 진학해 바로 취업해서 동생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생각을 가진 속 깊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친척 B씨는 "친구들과 두루 친한 착한 아이"라면서 더 이상 말 잇기를 힘들어했다. 지난 1일 각기 다른 교복을 입은 많은 학생이 조문했고, 학교 친구들은 이군에 대해 "정말 착하고 동생들을 잘 챙기는 친구였다"고 했다. 그중 몇몇은 충격이 가시지 않아 질문에도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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