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지휘체계, 총체적 부실 대응… 서울경찰청장 참사 1시간 21분 만에 첫 보고

입력 2022-11-02 17:12:02

재난 주무부처 행안부도 33분 지나서야 처음 보고
윤 대통령 첫 보고시점은 밤 11시 1분쯤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 연합뉴스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4시간 전부터 시민들의 다급한 신고 전화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경찰이 참사 이후에도 사고 소식을 제때 알리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6분쯤 자택에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 오후 10시 15분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21분이 지나서야 첫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김 청장은 택시를 타고 밤 12시쯤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이 서장의 초동 대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청은 이날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은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으로 대기발령하고, 금일 중 후임자를 발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서장은 사고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 17분 현장에 도착하고도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해 부실 대응 논란을 자초했다.

재난안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고 33분이 지나서야 사고 소식을 접했다.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최초로 전파된 시간은 오후 10시 48분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보고를 통해 11시 19분쯤 첫 보고를 받았다. 사고 발생 이후 한 시간가량 지난 뒤였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해 경찰·소방·산림청으로 신고가 되면 종합상황실로 접수가 되는 체계"라며 "행안부 상황실에서 접수를 하고 차관, 장관까지 보고할 사안인지는 상황실장이 판단해서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은 사고 발생 38분 뒤인 밤 10시 53분 소방청 상황실로부터 사고 소식을 통보받았다. 국정상황실장은 11시 1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11시 21분 첫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의 첫 지시는 11시 29분 대변인실로 전달되어 11시 36분 언론에 배포됐다.

한편 경찰의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참사가 벌어지기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4분 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모두 11건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11건의 신고를 기록한 녹취록에는 '압사'라는 단어가 13번 언급된다. 경찰은 11건의 신고 중 4번만 출동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