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압박감에 가방이나 휴대폰 등 잡고 있을 겨를도 없어"
2일 찾은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 바닥에는 운동화, 구두 등 각종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가방, 안경, 이어폰 등의 유실물들이 정렬돼 있었다. 유실물을 찾으러 온 사람들은 수백개의 유실물들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찾아갔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다목적 체육관에는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약 1.5톤(t) 유실물이 보관돼있다. 유실물품은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짝이 없는) 신발 66짝 ▷전자제품 등 기타물품 156개다.
유실물들은 사건 당시의 참혹함을 보여주듯 더럽혀져 있었다. 밝은 색의 신발은 마구 짓밟힌 듯 검은색 때가 묻어있었고, 일부 옷들은 흙, 먼지가 그대로 남아있거나 훼손돼 있었다. 알이 빠지고 다리가 휜 안경, 보호 케이스가 망가진 무선 이어폰, 더럽혀진 여권도 보였다.
유실물 센터 내부는 간간히 안내원과 대화를 하는 이들의 말소리 이외에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경찰 등 관계자는 유실물을 찾은 사람들에게 간단한 서류 작성을 안내했고, 찾은 유실물을 종이가방에 넣어주기도 했다.
휴대폰을 보며 본인의 물건임을 확인하는 여성, 신발을 이리저리 뒤집어보는 남성, 가방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 보는 외국인 여성도 눈에 띄었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눈물을 흘리며 가방을 품에 꼭 끌어안고 체육관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 30분 기준, 총 35명이 46개의 유실물을 찾아갔다.

유실물을 찾으러 온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사고 당시 물건을 챙길 겨를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 3명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정모(28) 씨는 "인파가 너무 많아 가방을 잡고 있을 틈도 없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휴대폰도 잃어버렸다"며 "기절에서 깬 후 현장에 유실물을 찾으러 갔는데, 이미 통제돼 있어서 찾지 못했다. 휴대폰은 용산경찰서에 가서 찾았고, 가방을 찾기 위해 센터로 왔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홍서진(28·서울 동작구) 씨도 "사고 당시 다리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압박감이 너무 심했고, 손에 힘이 빠져 가방을 놓쳤다. 일부 사람들이 떨어뜨린 물건을 주우려고 하다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다시 주울 생각은 접었다"며 "당시 신발과 자켓도 잃어버렸는데, 그것들은 찾지 못했다. 사고 후 맨발로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고 했다.
유실물 보관소는 현재 24시간 운영되고 있고,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그때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유실물들은 용산경찰서에서 보관할 예정이다. 현재 유실된 휴대폰은 용산경찰서에서 찾을 수 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일부 사람들과 유족들에게 희생자의 휴대폰을 인계했다"며 "큰 변동사항이 없다면 6일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유실물들은 경찰서에서 보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