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발굴가능' 4곳, '잠재적 발굴 가능' 4곳 등 총 8곳
유족들 요구 높은 '가창면 상원리' 일대, 내년 유해 발굴 이뤄질 수 있을까
진실화해위원회 내달 중 모든 지자체 대상 수요조사 실시
대구에서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이 본격화(매일신문 10월 24일 보도)한 가운데 지역에 유해발굴이 가능한 곳들이 추가로 확인됐다. 대구 10월 항쟁 등 민간인 학살장소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가창댐뿐만 아니라 인근 산골짜기와 경북 경산과 김천 등에도 유해 매장 추정지가 있다.
10월 항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의 증언과 진실화해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유해의 '발굴 가능'(4곳)과 '잠재적 발굴 가능'(4곳)으로 분류된 지역은 8곳이다.
'발굴 가능' 지역은 증언과 사전 시굴조사 등으로 유해 매장 위치가 특정되고, 토지이용계획과 접근성 등 즉시 발굴 작업이 가능한 곳이다. '잠재적 발굴 가능' 지역은 유해가 묻힌 것으로 보이지만 지점을 특정할 수 없고, 발굴에 장애 요소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대구에선 최근 진실화해위가 발굴 용역을 발주한 달성군의 '가창면 용계리' 이외에도, '가창면 상원리'도 '발굴 가능'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경북에선 코발트 광산 민간인 희생 사건이 발생한 '경산 평산동'과 김천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과 관련된 '김천 구성면 송죽리'도 발굴 가능 지역으로 분류됐다.
아울러 잠재적 발굴 가능인 지역은 ▷대구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 ▷경북 경주 내남면 이조리 ▷경북 영천 임고면 선원리(아작골·절골) ▷경북 울진군 울진읍 고성리 등 모두 4곳이다.
10월 항쟁 유족들 최근 용역에 들어간 용계리보다 상원리에 유해 매장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이 지목한 상원리 일대는 달성광산 화약창고 터 바로 옆과 광산 아래 등 구체적으로 지점을 특정할 수 있고, 평지라서 유해 보존 상태가 양호할 것으로 판단되는 곳이다.
또한, 당시 시신 매장 부역을 한 목격자 등으로부터 미군용 트럭 6, 7대가 화약창고 터 부근으로 사람들을 싣고 와서, 군인들이 이들을 10~15명씩 쌓아 두고 양옆으로 폭탄을 터뜨린 후 흙으로 덮었다는 증언도 있다.
하지만 상원리는 사유지여서 토지 소유자의 허가를 받아야 발굴을 진행할 수 있어 이번 용역 대상에선 제외됐다. 향후 진실화해위와 대구시 등의 소유자 설득 여부가 유해발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해발굴 전문가인 노용석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상원리의 경우 유족회 차원에서 한 조사에서 많은 증언이 나온 곳"이라며 "현재 대구·경북 내 유해 매장 추정지 가운데서도 가장 우선순위로 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더 많은 지역에서 유해발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발굴 사업비를 올해 6억 원에서 내년도 8억 원으로 늘렸다. 별도로 기획재정부도 내년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 예산으로 11억 원을 편성하는 등 유해발굴이 활성화될 여건이 마련됐다.
진실화해위는 11월 중 전국 17곳 시도와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내년도 추가 발굴 사업에 참여할 의향을 묻는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내년도 2분기까지 사업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 등 지자체의 참여 의지가 지역 내 유해발굴 추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상원리의 경우 시에서도 토지 소유주 측을 조심스럽게 설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개인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안이라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내년도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선 "수요조사 과정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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