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해마다 넘쳐나며 지역 교육 산실로 자리매김…모교 동문 사랑도 눈길
1911년 7월 2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 장기공립보통학교가 설립됐다. 학교를 설립한 인물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여러 기록을 볼 때 1910년 8월 경술국치 이후 벼슬을 포기하고 후학에 전념한 김영수 장기군수가 유력하다.
경주사람인 김 군수는 장기공립보통학교가 설립되기 1년 전쯤 장기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인 장명학교를 세운 인물이다. 이 학교의 정확한 개교일과 교수 과목, 학교 운영 자료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최초 4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됐다는 문헌은 남아있다.
김 군수는 일본을 이기려면 일본어 등 신학문을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는 목적과 취지로 학생을 모집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이 일대 지식인들이 연일, 흥해, 청하, 포항, 송라, 기북 등에서 이와 같은 목적으로 학교들을 설립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장명학교는 설립 1년여 만에 이름이 일제에 의해 사라졌다. 민족교육의 중심이었던 사립학교를 폐쇄하는 일제의 정책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명학교의 의지는 끊어지지 않고 장기공립보통학교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다. 김영수 장기군수가 장명학교 폐교를 당하고서도 굴하지 않고 뜻을 세워 장기공립보통학교를 설립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기록들이 지역 내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

이 학교는 일제강점기에 벌써 장학회가 형성돼 있었다.
1937년 7월 장학회가 세 번에 걸쳐 모두 3천여 ㎡의 땅을 학교에 기부했다는 기록이 학교 연혁지 등에 남아있다.
이 장학회는 육성회, 학교운영위원회 등과 같이 학교 운영에 대해 자문하고 후원하는 학부형이나 유지들이 조직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었다. 1937년 7학급에 학급당 평균학생수가 69명이었던 이 학교는 1년 뒤 1학급을 증설했는데도 학급당 학생수가 75명으로 불어 과밀현상을 보였다. 이 사이 2년제 계원간이학교가 생겼어도 과밀 현상을 해소하지 못했다.
시대의 공포 분위기에서도 지역민들의 배움에 대한 열의와 목마름이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교는 광복 이후 위기를 맞는 듯했다.
6·25 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19일 포항을 적에게 내어주고 형산강 이남으로 철수한 국군 3사단과 방위대가 학교에 주둔하게 되면서 교사와 학생은 학교 밖에서 수업을 해야 했다. 이 기간은 1951년 3월 군부대로부터 정식 사용권을 인수받을 때까지 이어졌다.
전쟁이 끝나고 헐벗고 배고픈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향학열과 학부형들의 교육열은 오히려 불타올랐다.
전쟁으로 학교 건물이 파손된 채 수리되지 않았어도 불나방처럼 학생들이 몰려들어 해마다 학급 증설 인가가 이뤄졌고, 1961년도에는 15학급에 전교생이 900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모교에 대한 동문 사랑은 이 학교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29회 졸업생인 김성룡 전 공군 참모총장은 1967년 군자재를 후원해 교실 1개를 준공했고, 금인석 서예가는 피아노 1대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병준(8회) 초대 동창회장은 1974년 사유지 4천여 ㎡를 학교림으로 기증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1978년부터 학교 본관 뒤편에 조성되기 시작한 종합 교재원도 동문들의 후배사랑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어린이헌장비, 국민교육헌장비, 이순신 장군 동상, 효자 정재수상, 충효탑 등 많은 작품이 있는데, 50여 명의 동문들이 일체 협찬한 것이다.
경기도 안성시 두원공업고와 두원공과대학 설립자인 김찬두(32회) 두원그룹 회장은 "초교시절 꿈은 큰 도시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경험하고 공부도 많이 해서 크게 성공하는 것이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며 "고난 속에서 꿈을 키웠고, 성취할 수 있었다. 후배들도 보다 큰 꿈을 가져달라"고 100년 기념사를 통해 말했다.
박수 교장은 "미래의 꿈을 키우며 실천하는 학생, 사랑과 정성으로 학생의 꿈을 이끄는 교사, 꿈을 펼치도록 즐겁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꿈을 펼치고, 꿈을 이끌고, 꿈을 키울 수 있는 따뜻한 장기초 교육 실현에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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