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천시장 화재, 철저한 방재 대책 마련하고 이전 논의 서둘러야

입력 2022-10-28 05:00:00

방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2013년 8월에 이어 9년 만에 닥친 화마에 대구 매천시장이 무너져 내렸다. 사실상 무방비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아울러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이전 논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벅찬 탓이다.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와야 명확하겠지만 상인들의 스프링클러 미작동 증언이 겹치고 있다는 건 그냥 넘기기 힘들다. 경보음만 울릴 뿐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초기 불길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작동 기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전선 꼬임 등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았는지 따져볼 일이다. 소방 당국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 등이 몰린 점을 감안해 방재시설 보강 등을 강권했어야 옳다. 2013년 화재에서 취약점으로 꼽힌 것들이 그대로였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152곳의 점포 절반 가까이가 소실됐다. 도매 기능의 일정 부분 상실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털고 일어나야 한다. 지역 농수산청과물 물류의 심장 역할을 하던 곳이다. 흐름을 되찾도록 길을 터주는 건 행정의 몫이다. 대구시는 주차장 활용 등 묘책 마련에 중지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때 방편과 닮은꼴이다. 시장이 한데 모여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전 논의가 급진전되더라도 완공까지 10년 정도 걸리는 만큼 소실 터를 철거한 뒤 재건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안이다. 시설 현대화 사업을 위해 사들인 동편 화물터미널 부지 활용에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피해 상인들에게 저리 금융 지원에 나서는 데도 인색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두 번 다시 겪어선 안 될 재난이다. 완전 이전 때까지 방재에도 충실해야 한다. 다른 전통시장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이 현미경 들여다보듯 화재 원인을 살펴보길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