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법광사지에서 180cm 높이의 머리없는 신라시대 불상 발굴돼

입력 2022-10-27 14:54:34 수정 2022-10-27 19:37:40

대좌 포함 전체 높이 460cm나 달해…나발 등 160여점도 함께 발견
신라 진흥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된 사찰 10여년간 3천여점 유물 수습

포항 법광사지에서 발견된 180cm 높이의 머리 없는 불상. 문화재청 제공
포항 법광사지에서 발견된 180cm 높이의 머리 없는 불상. 문화재청 제공

경북 포항 '법광사지(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에서 다수의 통일신라 창건기 시대 유물이 발견됐다.

27일 문화재청은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실시한 사적 '포항 법광사지'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에서 통일신라 창건기 사찰에 해당되는 금당(절의 본당)지 기단 구조와 표면에 유리질의 녹색 유약을 바른 벽돌(녹유전) 바닥, 180cm 높이의 불두(불상 머리)없는 불상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포항시와 경북문화재단 문화재연구원이 시행한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상층 기단에 장방형(직사각형) 전돌(벽돌)을 쌓은 금당지 기단과 녹색 유약을 바른 벽돌인 녹유전이 깔린 바닥을 확인됐다. 경전에서 극락정토의 땅을 유리 같은 대지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금당 바닥에 녹유전을 장엄(부처에게 올려 장식하는 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녹유전의 경우 경주 황룡사지와 사천왕사지, 불국사처럼 통일신라에 축조된 왕경의 궁성과 중심사찰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발굴에서는 불상대좌에 봉안됐던 불상도 두 조각으로 나눠져 출토됐다. 불두가 없는데도 높이가 180cm나 되고 대좌를 포함한 전체 높이는 460㎝ 이상으로 추정된다.

505㎝인 석굴암 불상보다는 작지만, 신라의 왕경인 경주지역의 다른 불상과 비교해봐도 매우 큰 불상에 속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불두에 부착됐던 흙으로 구워 만든 나발(소라모양으로 된 불상의 머리카락) 160여 점과 금동불입상, 향로 및 정병 등 다수 유물이 금당(본당)에서 발견됐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 법광사지 터. 문화재청 제공
포항시 북구 신광면 법광사지 터. 문화재청 제공

한편, 사료를 살펴보면 법광사지는 신라 진평왕(579~632년)때 원효대사가 왕의 명으로 창건했다. 삼층석탑에서 출토된 석탑기에는 828년 탑이 건립됐고, 846년에 이건됐다는 내용이 있다.

불국사에 비교될 만큼 넓은 사역을 이루며, 왕실사찰에 걸맞은 격이 높은 유물이 출토돼 신라 사찰연구에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분류된다.

법광사지에 대한 발굴조사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에 해당하는 50여기의 건물지와 토질 및 위치에 따라 조성된 배수로, 산지가람의 대지 조성을 위한 석축을 확인했다.

아울러 높은 사격을 알려주는 금동장식, 귀면와(도깨비 얼굴을 새겨 장식한 기와), 막새(지붕의 추녀 끝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와) 등 3천여점에 달하는 유물을 수습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포항 법광사지의 발굴조사 성과를 토대로 내년 포항시·경북문화재단 문화재연구원과 함께 통일신라 창건기의 원형과 향후 정비 방향을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사적 정비 및 복원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