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0여년 이어진 헌정사 관행 무너져"…野 시정연설 보이콧 비판

입력 2022-10-26 17:33:42 수정 2022-10-26 20:54:54

與 "재명 수호에 국민 저버려"…야권도 "감정적 대응"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야당의 국회 시정연설 첫 보이콧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야당의 국회 시정연설 첫 보이콧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선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하고 본회의에 불참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권이 쌓아온 여야 간 최소한의 '신사협정'이 깨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좋지 않은 선례는 향후 정권이 바뀐 후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정치를 한 걸음 후퇴시켰다는 손가락질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제1야당이 당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 압박에 격분한 나머지 상식을 벗어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제1야당의 시정연설 거부에 대해 "안타까운 것은 정치 상황이 어떻더라도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우리 헌정사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는 정치 상황에 따라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불참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지 않겠나 싶다"며 "그것은 결국 대통합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여야 간 극한 대립이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 심사를 마쳐서 내년부터는 취약계층 지원과 국가 발전과 번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한 여당은 공세는 더욱 매서워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은 재명 수호를 위해서 약자 수호를 내팽개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약자 수호'를 부르짖었지만, 민주당은 재명 수호를 부르짖었다"고 꼬집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공당이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도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거대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내팽개치고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당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서 국민 생활을 내팽개친다는 것은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행 비상대책위원도 KBS 라디오에서 "(정부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국민은) 내 세금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를 알 권리가 있다. 그래서 굉장히 극한 상황일 때도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이렇게 전부 다 보이콧 한 적은 없다"고 짚었다.

야권 일각에서도 길어야 20분인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듣고 민주당이 다시 정치투쟁을 이어갔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내 이른바 '친명계'를 중심으로는 결사항전 의지를 표출할 수 있지만 당 지도부까지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시정연설 거부로 대여투쟁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득이 있다면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20분 동안마저 정쟁을 멈추지 못한 옹졸한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