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간·기계 공존할 수 있을까

입력 2022-10-27 17:49:51 수정 2022-10-31 18:52:46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

최근 유튜브에서 공개된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humanoid)의 움직임은 무척 자연스럽다. 춤추고 뛰어다니고, 장애물을 넘는 행동이 인간과 차이가 없다. AI와 로봇이 이제 진짜로 공장, 가사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실현할 수 있다고 했는가. 현재 러시아에서는 영화 매트릭스(matrix), 아바타(avatar)와 같이 기계에 인간의 뇌와 생각, 마음을 업로드(up-load)하여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나 영생(永生)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른바 '2045 이니셔티브'(2045 Initiative)를 연구하는 곳도 있다.

필자가 러시아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2045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뇌과학이며, 일부 분야는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 뇌(뇌 오가노이드) 제작, 장애로 인해 마비된 신체를 대체하는 로봇 암(Robot Arm) 기술 개발 등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다양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또한 인문사회학에서도 뇌과학의 방법과 결과를 응용하고 있다. 뇌파를 측정해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는 뉴로 마케팅, 뇌 영상 분석으로 심리학적 분석과 정치적 성향을 분석하는 방법, 뇌 이미지 측정으로 사이코패스(Psychopath) 진단을 통한 법원의 참고 자료 인용 등 뇌과학과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볼 때 현재 모든 학문의 최종 지향점은 인간의 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아직 치매, 조현병, 뇌전증 등과 같은 뇌질환은 극복하지 못하면서 무슨 SF소설과 같은 이야기를 하느냐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항상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의외성, 예외성에 따라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19세기 페니실린, 20세기 비아그라와 같은 신약들은 원래 목적과는 다른 부작용으로 인해 개발된 약들이다. 뇌융합 기술 발전 속에서 어떠한 결과물이 파생되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가 주의할 점은 올바르지 않은 과학 지식과 정보에 흔들려서 크고 작은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윤리적 관점에서 사회적 함의(Social Implication)의 사전 형성이 중요하다.

사회적 함의 형성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자들이 먼저 대중에게 다가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과거 과학자들은 연구방법론 관점에서 윤리 사항만을 고민하였으나, 이제 연구 성과의 활용적 측면에서, 즉 과학기술의 예외성과 의외성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 어떤 선한 영향을 확산시킬지, 인권과 같은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 등 윤리적 측면에서 대중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도 다양한 과학기술자들과 함께 뇌융합 기술 발전의 중요성과 미래 사회의 방향성, 그리고 결과의 올바른 사용 등에 대하여 함께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