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쌓아온 시간의 궤적 고스란히…021갤러리, 류재하·박선기·최상흠 3인전

입력 2022-10-27 10:59:41

12월 27일까지

박선기, An aggregation 20220719, charcoal, nylon threads, acrylic plate, etc, h 320cm, 150x150cm, 2022
박선기, An aggregation 20220719, charcoal, nylon threads, acrylic plate, etc, h 320cm, 150x150cm, 2022

021갤러리(대구 수성구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 204호)가 류재하, 박선기, 최상흠 작가의 3인전 '궤적'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고독하지만 집요하고 치열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탐구하고 구축해가는 작가들이 쌓아온 시간의 궤적에 집중한다.

류재하 작가는 가마솥 뚜껑에 현대 문명의 상징인 모니터를 결합해 얼굴 영상을 띄운 '얼굴' 연작을 전시한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오브제와 영상 이미지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아날로그와 디지털,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과거와 현재가 얽혀 중심 없는 혼종들이 부유하는 현대 사회의 궤적을 나타낸다.

박선기 작가는 연약한 숯을 매달아 견고한 형태를 구축하는 작업이 돋보인다. 숯은 원형이었던 나무의 부산물이자 그 자체로도 실재한다. 즉 과거와 현재, 실재와 허상, 가변성과 영속성 등의 경계를 넘나드는 요소인 것. 이 숯들을 매달고 지탱하는 나일론줄 또한 단순한 지지대의 기능을 넘어 공간을 활성화함으로써 새롭게 공간을 바라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류재하, 얼굴, 미디어설치, 2022.
류재하, 얼굴, 미디어설치, 2022.

최상흠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회화와 결을 달리한다. 그는 직접 제작한 틀에 레진과 아크릴 물감, 흑연 등을 섞어 만든 물감을 겹겹이 부어 작품을 만든다. 캔버스를 바닥에 뉘어 조심스럽게 물감을 붓고, 마를 때까지 기다린 뒤 또 레이어를 얹는다.

작품에는 수없이 반복되는 물감 붓기와 기다림의 연속에 담긴 호흡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깊이감 있는 색감과 거울 같은 표면은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나타낸다.

021갤러리 관계자는 "참여 작가들의 띄우고, 매달고, 붓는 주요 작업들은 명사로 고정되는 게 아니라 육체성을 가진 동사로 구성된다. 작품들은 모두 지난한 과정의 시간들이라는 유사성과 다채로운 개별성을 갖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농익은 치열함이 스민 깊은 울림과 이들이 지나온 시간의 궤적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053-743-0217.

최상흠, untitled, multi-layered resin casting blocks, 90x210x25mmx30ea, 2022.
최상흠, untitled, multi-layered resin casting blocks, 90x210x25mmx30ea,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