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총지출 규모 639조원…12년 만에 전년 비 예산 축소
기초생활보장·사회보험 확대, 지방소멸 대응 양여금 1조원
반도체 1조원 이상 집중 투자, 원전 수출·연구 개발 적극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꺼내든 3대 핵심 키워드는 ▷건전 재정 ▷약자 복지 ▷미래 준비다.
윤 대통령은 18분 간 이어진 시정연설의 서두에서 전 정부의 재정 운용까지 거론하며 재정 건전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라 빚은 GDP의 절반 수준인 1천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 첫 예산안의 건정 재정 기조에 대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 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재정수지는 큰 폭으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49.8%로 지난 3년 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돼 건전 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예산안의 두 번째 특징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 '약자 복지'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며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입는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시정연설 첫머리부터 약자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기초생활보장 지원 강화 ▷사회보험 지원 대상 확대 ▷장애인 및 한부모 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 강화 등을 설명했다. 아울러 청년 자산 형성 지원, 어르신 기초연금 인상 및 서비스형 일자리 확대 지원책도 언급했다.
시정연설의 다른 한 축을 이룬 키워드는 '미래 성장기반 마련'이다. 윤 대통령은 "첨단전략산업과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중소·벤처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겠다"며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1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며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자 컴퓨팅, 우주 항공,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등 핵심 전략기술과 미래 기술시장 선점을 위해 총 4조9천억 원의 R&D 투자를 지원하고, 민간투자 주도형 창업지원을 통해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국가균형발전 관련 언급도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지방소멸 대응 특별 양여금을 1조 원으로 확대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투자 규모를 지역 수요가 높은 현장 밀착형 자율사업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해 지역 주도로 성장동력을 찾도록 돕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시정연설은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민주당은 비속어 논란 사과, 대장동 의혹 관련 특검 수용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면 보이콧하며 시정연설에 아예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모여 '국회무시 사과하라!', '이 XX 사과하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민생외면 야당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뒤로는 막말 정쟁을 하고 민생을 외면한 채 야당 탄압과 협치 파괴로 입법부를 부정하는데, 또다시 시정연설로 국회를 기만하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SNS에 "국회 '이 XX' 중 한 명으로 투쟁하겠다"며 "참 나쁜 대통령, 언젠가는 큰 코 다칠 것"이라고 적으며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 "또 다른 헌정사의 비극을 낳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0여년 정치하면서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야당이 대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그야말로 민주당 입법독재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고 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169석의 거대 의석을 힘자랑하듯 또 다른 헌정사의 비극을 낳게 됐다. 헌정질서에 대한 안하무인"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시정연설 보이콧은 스스로 국민의 대표임을 보이콧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마치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치 사안과 연결 지어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국회의 법상 책무마저도 버리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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