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생물은 왜 죽는가

입력 2022-10-20 10:29:11 수정 2022-10-22 06:47:21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허클베리북스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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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두 살 나이가 늘면 체력도 떨어지고 마음도 변한다. 이렇게 서서히 다가오는 노화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모든 생물이 맞이하는 죽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왜 늙어야 하며 왜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는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일본 도쿄대 교수로 수명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게놈 재생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두렵지만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죽음의 의미를, 철학·종교의 시각 대신 생물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생물이 탄생한 계기에서 시작해 생물과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죽거나 멸종하는지, 인류와 AI와의 공존 공생의 미래까지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지은이는 '생물은 왜 죽는가'라는 질문을 푸는 열쇠가 '진화가 생물을 만들었다'는 명제에 있다고 말한다.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 수억 년 걸려 태어난 단 하나의 세포가 모든 생물의 시조가 되었다. 그 세포는 세균과 같은 원핵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엽록체와 공생하는 진핵세포로 변화했고,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 전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다. 이후 오래된 생물이 죽고 새 생물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변화'를 핵심 원리로 하는 '진화'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이런 진화 덕분에 인간과 같은 생물도 출현했는 것이다. 결국 '죽음도 진화가 만든 생물 시스템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또 지은이는 "생물은 우연히 이기적으로 태어나서 공공적으로 죽는다"고 말한다. 지금 존재하는 생명이 죽어 더 다양하고 더 큰 가능성을 가진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상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사라진 덕에 소형 생물이 살아남아 인류로 진화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나쁜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이다. 현재 살아있는 생물에게 죽음은 삶의 결과이자 끝이지만, 기나긴 생명의 역사에서 보면 존재의 '원인'이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란 게 지은이의 시각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은이는 책의 후반부에서, 삶과 죽음이 거듭되는 무대인 지구를 인간 스스로 파괴하지 않고 지켜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 생물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할 이유 등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현대 생물학의 최첨단 지식과 신기한 생물 이야기는 덤이다. 280쪽, 1만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