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신용 서울지사장
#1.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듯 '오빠 부대' 원조 가수 남진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68년에 해병대에 입대했고, 베트남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다. 1년 파병 일정이었지만, 귀국해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건 대한 남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파병 생활을 연장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영화의 한 장면을 지금도 유쾌하게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2. "나는 이제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하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왔으니 특별한 대우도 바라지 않는다." 1958년 3월, 20대 초반의 청년이 마이크 앞에서 한 말이다. '로큰롤의 황제' 프레슬리가 입대하는 날이었다. 그가 징집 대상이 되자 미국 육·해·공군이 엘비스를 차지하려고 특혜를 미끼로 경쟁했지만, 프레슬리는 모든 걸 뿌리쳤다. 2005년 미국 문서보관소가 공개한 육군 문서에 따르면 "엘비스를 우러르는 많은 청소년이 훗날 군 생활에서도 그의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BTS(방탄소년단)의 입대 소식은 세계 유수 언론의 관심사가 됐다. 가뜩이나 북한발(發)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세계적 슈퍼스타의 결단이 주는 울림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랜 논쟁 끝에 BTS가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하자 전 세계 주요 외신은 긴급 속보로 타전했다. 병역 기피 논란 끝에 국내 입국이 금지돼 퇴출된 가수 스티브 유(한국명 유승준)가 비자 발급을 둘러싸고 법정 싸움을 이어가는 것과 대비돼 신선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15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BTS가 한국에서 군에 가야 하는지, 아니면 면제 특혜를 줘야 하는지에 대한 오랜 국가적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맏형 '진'이 병무청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북한과 휴전 중인 한국에서는 건강한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며 "국위를 선양한 예술 및 체육 특기자들은 병역 특례를 적용받지만, BTS는 기다리지 않고 입대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또 AP통신은 "BTS가 멤버들의 예술적 성취 때문에 (군) 면제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사실상 끝냈다"고 보도했다.
BTS의 결정으로 병역 면제 논쟁이 일단 물밑으로 들어가겠지만, 병역과 관련한 논란과 담론이 활발해지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병역 특례 제도의 하나로 규정된 '예술·체육 요원'만 하더라도 대중문화예술인이 포함돼 있지 않아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를 포함해 역차별 지적이 끊이지 않는 병역가산점제 등에 이르기까지 논의가 확장되기를 바란다. BTS 경우에서처럼 정치인들이 앞장서 인기몰이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개인으로나 국가 안보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쿨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한 스타들은 제대 뒤 더 빛났다. 남진은 공백을 딛고 가요계에 복귀해 최고의 히트곡인 '님과 함께'로 다시 정상의 반열에 오른다. 컴백하기 무섭게 TBC 남자 가수상과 MBC 최고 가수상을 휩쓸었다. 프레슬리의 2년 군 복무도 최고 가수의 길을 막지 못했다. 1960년 3월 제대 직후 발매한 앨범들은 잇따라 대성공을 거두면서 황제의 귀환을 증거했다. 1천800만 명의 전 세계 '아미'(BTS 팬)들을 환호와 감동에 빠뜨린 채 무대에서 내려와 하나둘 입대하는 BTS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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