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정치권을 보고 나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좌우 이념적 성향을 막론하고 욕하고 비판하는 방향만 다를 뿐, 도대체 왜 정치가 이 모양인지 한숨과 한탄, 분노만 보인다. 안보와 경제가 모두 극단적 위기로 치닫고 있는데, 가치와 이념이 다른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가와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 나라가 망한 다음에 이념이 무슨 상관인가.
북한은 거의 매일 각종 미사일과 방사포 도발을 일삼고 있다. 9·19 합의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여러 지역과 시설을 목표로 한 도발임을 분명히 했다. 과거에도 무력도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빈도와 규모, 종류 면에서 심상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문제의 핵심에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있다. 우리는 갖고 있지 않은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우리에게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핵우산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70년 넘은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야말로 1970년대 주한미군 철수 이후 가장 심각한 안보 위기의 증거다.
경제적으로도 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의 '3고 현상'이 얼마나 갈지 모르는데 1천9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것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라 '영끌'해 내 집을 마련했던 젊은 세대의 이자 부담은 이미 두 배에 가깝다. 연말까지 최소 1% 포인트 이상 기준이자율이 높아지면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급매물과 경매 물건을 쏟아낼 것이고, 이는 곧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의 불황과 세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도 한국 경제의 목을 죄어 오고 있다.
극한적 위기에서 정치인과 정당의 행태를 보자. 압도적 다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오로지 문재인과 이재명 보호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가 안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자신들도 시행했던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두고 친일파라는 망발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가. 일본과의 연합훈련이 친일파의 행위라면, 공항을 가득 메우며 일본 여행에 나서고 있는 그 많은 국민도 모두 친일파여야 하지 않겠나.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걱정되는 사람들이 한미동맹과 확장억제의 의구심에는 왜 아무 말이 없는가.
전현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직자나 연구기관장, 공공기관장들의 궤변은 더 이상 들어 주기가 역겹다. 소위 진보좌파라는 사람들의 위선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임명되었으니 정권이 바뀐 지금도 그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뻔뻔함에는 기가 막힐 뿐이다. 소신과 이념이 전혀 다른 정부에서 월급이나 챙기겠다는 탐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하긴 이 모든 것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상식과 불공정, 불의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다.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 놓고도 인사권을 행사해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3년간 더 월급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얼마나 부도덕한 일인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아니, 정말 모를 수도 있겠다. 재임 중에 아내를 인도에 보내 국민 세금으로 관광을 시키고도 사과 한마디 없으니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힘도 도긴개긴이다. 내부 분열에 세월을 보내면서 국정을 소홀히 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다. 집권 5개월이 지났는데도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이정표 하나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것은 무능함을 보인 것이다. 이전 정부 인사들 정리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자기들끼리 자리 나눠 먹기에 바쁜 것도 전 정권과 똑같다. 이은재 전 의원은 나이 70에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에 내정되었단다.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이 전 의원이 도대체 그 자리에 갈 전문성이나 깜냥이 된다는 말인가. 윤 대통령이 말한 '공정과 상식'이 이런 것인가. 그러니 무도한 전 정권의 행보가 드러나도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오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제발 정신을 좀 차리자. 국가안보와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이때, 이를 극복해야 할 정치권과 국민이 갈등과 분열에 빠져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 이 나라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국가를 위기에서 건지는 사람만이 다음 대권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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