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인슈바빙서 10월 9일까지
연(蓮) 테마로 한 브론즈 작품 전시
"이게 제 작업 과정을 찍어놓은 겁니다."
그가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먼저 내밀었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한 작업장에는 방열복을 입은 몇 명의 사람과 쇳물의 시뻘건 불빛만이 보일 뿐이었다.
작업 과정은 이렇다. 직접 배합한 청동, 황동 등 금속을 용광로에 넣고 용융점인 1천250℃까지 3~4시간 끓여낸다. 조청처럼 뻑뻑하게 끓은 쇳물은 육안으로 직접 확인한다.
용광로를 기울여 시뻘건 쇳물을 두 개의 작은 도가니에 나눠 담고, 미리 만들어둔 틀의 양쪽 구멍으로 동시에 쇳물을 붓는다. 한 번 사용하면 다시 못쓰는 틀. 쇳물을 붓는 작업 과정은 불과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면 안된다.
김천 출신의 이대희 작가는 전국에서 독보적인 주조방법을 보유한 조각가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공장에 작품 제작을 맡기지만, 작가 개인이 용광로를 보유한 경우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용광로 작업에 도전했던 이들도 고난도 작업 탓에 결국 포기했단다.
그는 "30여 년간 작업하면서 쪼그리고 앉거나 오리걸음을 해야할 때가 많았다. 어느날 병원에 가니 연골이 다 닳았다고 하더라. 몸이 성하지 않은 곳이 없다.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쇳물은 물기, 습기가 조금만 닿아도 사방으로 튀어버린다. 물기 때문에 용광로가 터져서 작업장이 불바다가 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보여준 영상에는 쇳물을 붓는 작업 과정만 나와있지만, 쇳물을 붓는 틀의 형태를 만드는 사전 작업이 핵심이다. 규사로 만든 거푸집을 만들고 그 위에 쇳물의 팽창과 수축을 견딜 수 있는 철근을 두른 뒤 전체적인 두께를 고려해 탕도(湯道·쇳물이 흘러들어가는 통로)를 만드는 데, 이 과정에만 한 달이 걸린다.
그는 "김세중, 김영중 등 1세대 조각 대가뿐만 아니라 수많은 작가가 작품을 의뢰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청동 주조작업을 혼자 하고있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영남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정밀주조법을 익혔다. 합금을 위해 금속공학, 화학공학 이론을 학습한 것은 물론, 북성로에서 직접 전기·산소·아르곤 용접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주물은 구리와 주석, 아연 등의 배합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며 "일반 주조 공장에서는 세가지 정도의 색을 낼 수 있는 반면, 나는 30가지 색을 표현해낼 수 있다. 산화 등으로 착색 작업까지 마무리하면 다양한 색의 작품이 완성된다"고 했다.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가 9일까지 갤러리 인 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펼쳐진다. 전시 제목은 '연(蓮)에게 길을 묻다'. 연꽃과 연밥, 연잎을 섬세하게 재현해낸 청동조각들 20여 점이 전시된다.
"작업장이 있는 경산 자인 주변 못에서 연꽃을 많이 보다보니, 남다른 애정이 있습니다. 또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에는 '향원익청'(香遠益淸)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아진다'는 의미인데, 그와 같은 미덕을 닮고자 하는 제 마음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무겁고 딱딱해보이는 것이 금속 특유의 성질이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유달리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연잎, 보름달 속 피어난 연꽃 등의 작품에서 그러한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053-25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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