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 망언한 서울시의원 "고인과 유가족에 깊이 사죄"

입력 2022-09-29 10:34:22

"젠더 폭력 민감성 부족" SNS 통해 공개 사과

이상훈 서울시의회 의원이 16일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유튜브 영상 캡처
이상훈 서울시의회 의원이 16일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유튜브 영상 캡처

동료 직원에게 스토킹을 당하며 고통을 겪다가 피살된 신당역 역무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29일 고인과 유가족에게 공개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발언의 파장이 당 전체로 옮겨붙을까 전전긍긍하던 민주당은 신속한 징계와 이 시원의 공개 사과 이후 추이를 여전히 주시하고 있다.

이 시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의회 314회 임시회 시정 질문 중 신당역 사건에 관한 잘못된 발언으로 고인과 유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슬픔을 안겨드렸다"며 "깊이 반성하고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 시의원은 지난 16일 시의회에서 열린 시정 질문에서 14일 발생한 지하철 신당역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피의자가 피해자를) 좋아하는데 (피해자가) 안 받아주니 여러 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의원은 피의자 전주환에 대해 "31살의 청년이고 서울 시민이다"라며 "서울교통공사에 들어가려면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 준비를 했었을 서울 시민이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시와 산하기관 직원의 마음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었지만, 살인사건 피의자를 옹호하는 듯한 의미로 해석되면서 시의회를 넘어 정치권까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민주당은 페미들이 권력의 한축을 담당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입에 달고 사는데 실제 여성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졌을 땐 늘 가해자에게 빙의해 '2차 가해'를 저지른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시의원으로서 젠더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참혹하게 살해된 고인과 유가족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다"며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차별과 잘못된 성 고정관념이 제게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 많은 여성과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으며,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시의원은 "지난 21일 서울시당에서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지만, 징계를 따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같은 과오가 재발하지 않도록 성평등 관련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고 젠더 감수성과 성평등 인식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학습하고 깊이 체득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 규정에 따르면 '당원 자격 정지'는 당적을 박탈하고 강제 출당하는 '제명'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다. 징계 대상이 되면 당직이 자동 해제되고, 징계 기간 당원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시의원 활동은 계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