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설계 데이터를 받아 위탁 생산) 업체 TSMC를 대만 국민들은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고 부른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의미다. 중국이 무력 시위로 대만에 대한 흡수 통일 위협을 가해도 대만이 당당하게 맞서는 이유는 TSMC로 상징되는 반도체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안 통일을 주장하는 진짜 속내는 대만 반도체산업을 흡수하려는 의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만 강경파는 중국이 침공할 경우 자국 반도체 시설을 폭파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을 시행할 경우 중국은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이후 미국 등 서방이 반도체 수출 금지 등 제재 조치를 내린다면 중국 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TSMC가 중국의 침공을 막을 최후 전략무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해외 반도체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려고 공을 들이는 것도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수단임을 알기에 속도전을 펴고 있다. 국제질서 재편 중심에 반도체가 부각되면서 전 세계가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글로벌 주도권 다툼에 한국도 반도체특별법이라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10월까지 국가첨단전략기술을 1차로 지정하고, 특화단지 및 특성화대학 지정 절차·요건을 고시하는 등 첨단산업 투자 지원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큰 관심을 갖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은 10~11월 중 수요 조사를 거쳐 오는 12월~내년 1월 중에 결정된다.
경북은 G-반도체 전략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구미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구미는 이미 보상이 완료된 국가산단 5단지 부지에 풍부한 전력, 용수 공급 등 반도체산업의 핵심 요소를 갖춘 준비된 특화단지 도시다. 특히 SK실트론, LG이노텍, 매그나칩, KEC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123개 업체가 반도체 분야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핵심인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중소기업들과의 협업 기반도 구미의 강점이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는 전국 광역 지자체들이 가세해 특화 클러스터 사업 유치 각축전으로 가열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장성 인접 지역에 특화단지를 공동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고, 강원도는 원주에, 대전과 충북도 대상지를 정해 특화단지를 지정 신청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자리 잡은 용인도 반도체 벨트 확장을 꾀할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이제 특화단지 선정에 앞서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 심사가 예정돼 있다. 제출된 법안 중 '특화단지를 지정하는 경우 전략산업 등을 영위하는 사업자와 (사업자가) 입주하려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함' 조항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자칫 기업의 요구에 이끌려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좁혀 가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경제안보적 측면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두 축이 훼손되지 않도록 입법 단계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 반도체 특화단지가 신속히 제 기능을 발휘하는 지역이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이 법안을 다룰 상임위 법안 소위 13명 의원 중 대구경북 구자근, 양금희, 이인선 의원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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