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4년전 트럼프 친서서 "文 과도한 관심 불필요"

입력 2022-09-25 18:19:3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은 25일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4월∼2019년 8월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21일자 친서에서 "저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면서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친서를 평양 남북정상회담(9월 19일)이 진행된지 이틀 뒤에 보냈다. 당시 회담에서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또 김 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직후인 2018년 9월 6일자 친서에서 "각하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오 장관과 우리 양측을 갈라놓는 사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보다는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난 각하를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자고 설득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한미클럽을 통해 "김정은은 당시 폼페이오 등 고위 관료들과의 협상에 대해 불신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협상에 끼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서한을 볼 때 김정은은 담판을 통해 트럼프를 설득해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며 친서 곳곳에서 "톱다운(하향식) 방식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 친서가 결과적으로 그해 6월 30일 (남북미 정상) 회담의 도화선이 됐다"며 "트럼프는 대북 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했고 대북 압박을 기조로 한 실무자들의 태도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