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고 윤복진의 유족이 소장했던 악보 등 자료를 대구시에 대거 기증했다. 근대 대구 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자료 350여 점이다. 값진 자산이다. 일제강점기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학술적 가치도 상당하다 볼 수 있다. 특히 고인은 일제강점기 윤석중 등과 함께 우리말로 된 시와 노래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각인시키려 노력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구시가 거둔 수확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유족의 기증 의사만 기다릴 수 없다. 유족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야 세상의 빛을 보는 경우가 적잖아서다. 유족은 조상의 예술 작품이 허투루 다뤄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관련 시스템이 구비됐는지 먼저 살피는 것이다. 그들에게 유작 등 자료는 한낱 종이 쪼가리가 아니다. 예술가들이 금지옥엽으로 여기며 전쟁통에도 먼저 챙겨 피난길에 나섰던 것들이다. 대구가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할 수 있는 여건인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 일부 직원들의 휴민트를 활용한 개인기에서 나온 결실이라는 점도 아쉽다. 발굴되지 않은 당대의 귀한 자료는 여전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장되지 않고 연구될 수 있도록, 믿고 기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될 때가 됐다. 모두가 귀하게 여길 때 예술가들도 소장 자료를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동체의 유산이라 인식하게 된다. 대구시가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더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까닭이다. 관련 조례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현실성 있게 바꿔야 한다.
문화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문화도시 대구의 자부심을 높이려면 문화예술 자료에 대한 존중은 필수다. 대구시는 고 윤복진 작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학술세미나와 전시를 여는 한편 청년 예술가와 연구자가 활용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마땅히 해야 할 후속 작업이다. 문화예술인들의 유족이 기꺼이 시민들에게 자료를 내보일 수 있도록 대구시가 아카이브 사업 체계화와 선양 사업에 나서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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