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 기록의 의미

입력 2022-09-20 11:00:44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최근 중국 베이징 국가 박물관의 한·중·일 청동기 유물전의 한국 역사 연표에서 중국 측이 멋대로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학술 문제는 학술 영역에서 전문적인 토론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정치적 조작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이미 중국은 20년 전부터 여러 차례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사, 부여사, 고구려사가 중국사라는 주장을 펼치며 우리의 고대사를 왜곡하고 주변 민족과 나라의 역사를 자국 역사로 쓰고 있다. 이런 것은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역사가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서구 학계와 동조해 책을 만드는 등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대구예술발전소 3층에는 월간 대구문화 편집부 사무실이 있다. 그 옆으로 대구 근대 아카이브실이 있는데, 이곳에 대구 근현대 문화예술계 흐름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이 일은 월간 대구문화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아니겠으나 대구문화가 오랜 기간 대구 문화예술계 주요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잡지로 만들면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반영해 아카이브 열람실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지속해서 생성되는 예술계의 크고 작은 행사들, 현재 각각의 행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수 있다. 과거가 된 유명 작가의 작품세계를 기록하고 역사화하는 것은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50년 전에는 누구도 그가 유명 작가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50년 전 그의 등단이 혹은 그의 발언이 어떠했는지 살펴보고 기록하려면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를 기록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훗날 안타까운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현재의 기록이 미래에 우리 후손의 정체성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우리는 우리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과거를 공부하는 이들이 줄고 있다. 그건 이런 공부를 하고 졸업 후에 취직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일까. 우리는 앞만 본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이것이 우리를 100% 지켜주지는 못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지역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별도의 아카이브 센터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현재를 기록하고 과거의 중요한 기록물들을 찾아내는 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것이다. 역사연구는 물론, 기록물 지침 전문가를 키우고, 미술, 음악, 문학 분야별 이론 전문가 양성 등 젊은이들이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 내 전공 분야 확장은 물론,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자체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