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힘들고 방황했을 때 위로가 되어준 친구, 성수야 어디에 살고 있니?"
보고싶은 친구 성수야, 남규다, 조남규. 기억나니?
학교졸업 후 우리가 못본지 어언 45년이 흘렀구나. 고등학교 때 처음 본 뒤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거라 믿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은 커녕 어디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떨어져 그리움만 쌓게 될 줄 몰랐다.
처음 만날 때가 기억이 난다. 너는 부산전자공업고등학교에서 악대부 지휘자를 했었지. 난 한창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며 이런저런 방황으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시기였어. 그런데 악대부에서 지휘를 하는 너의 모습을 보니 왠지 친구로 기대고 싶었었나보다. 그래서 내가 먼저 너에게 친구하자고 손을 내밀었지. 원래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그 때는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을까 지금도 신기하기만 하지.
게다가 너는 전자과에 있었고 난 자동차과에 있어서 전공하는 과도 달랐는데 같이 친구가 됐지. 때때로 너네 집에 가면 네 어머니께서 같이 먹으라며 밥상을 내 주시기도 했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그러면서 악대부의 다른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학교에서 함께 추억도 많이 나누게 된 계기가 됐지. 이처럼 서로 전공하는 과는 달랐지만 어떤 인연과 운명의 끈이 마법처럼 작용해서 우릴 친구사이가 되게 해주었지.
졸업한 뒤에 나는 군무원이 돼 창원으로 간 뒤 거기서 계속 살고 있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난 네가 졸업한 뒤 어디로 취직을 했는지, 뭘 할 건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어. 그렇게 친한 친구였는데 왜 난 너의 앞날을 물어보지 못했던 걸까. 널 마지막으로 본 건 젊은시절 부산의 한 쇼핑상가 건물에서 일하는 모습을 마주친 걸로 기억해. 그 뒤로는 너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나는 정말 철이 없었던 것 같아. 이렇게 니가 보고싶어지는 걸 그때는 왜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사실 살아오면서 널 완전히 잊고지낸적은 한번도 없었어 마음 한구석 아련하게 아쉬움과 그리움이 언제나 자리잡고 있었어.
그래서 너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학교 총동창회와 전자과 총동창회를 통해 너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봤지만, 주소도, 전화번호도 찾을수가 없더구나. 혹시나 해서 찾아간 너의 옛날 집 주소지에는 이미 빌라 건물이 들어서 있어 너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지.
성수 너도 어딘가에서 몸 건강히 잘 살고 있을거라 믿어. 아마 결혼도 했겠고,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거라 상상하고 있다. 가끔씩 궁금할 때가 있어. 너는 가끔 내 생각을 하는지, 날 보고싶어 하는지….
다시금 널 처음만났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마음이 넓고 선량했던, 그래서 내가 늦게 사춘기가 와서 조금 심적으로 힘들고 방황했을 때 네가 친구의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어서 참 고마웠던 기억이 나는구나
성수야 어디에 살고있니? 지금도 부산에 계속 살고있니? 난 창원에 살아. 혹시라도 운이 좋아 이 글을 읽는다면, 꼭 연락주길 바라.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니가 너무 보고싶다.
※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혹시 부산전자공고 34회 전자과 졸업한 이성수 씨를 아시는 분이 있다면 매일신문을 통해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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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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