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한이 비핵전(非核戰) 상황에서도 언제든 선제 핵 타격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것과 관련해 "단순히 제재와 압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와 협력해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 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천 의지를 되새긴다. 남북은 이제라도 상호 존중의 입장에서 대화와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핵 개발 논리에 대한 무지를 이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도 없다. 이번 공세적 핵 무력 사용 정책 법제화는 북한 핵 개발 논리의 필연적 귀결이다. 그것은 김정은에게 체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는 핵이고 따라서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북핵 협상 역사가 잘 말해 준다. 이 대표가 대단한 성과인 양 치켜세운 9·19 공동성명이 휴지 조각이 된 것만 봐도 그렇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포기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IAEA(국제원자력기구) 복귀를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 해 7월 4일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며 9·19 공동성명을 공식적으로 파기했고, 이어 10월 9일엔 1차 핵실험을 했다.
이런 핵 집착은 이후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북한은 겉으로는 대화하는 척하면서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쳤다. 북한은 이와 병행해 국제 제재의 완화·해제를 집요하게 추진해 왔다. '노 딜'로 끝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애걸'한 것도 제재 해제였다.
이런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대북 제재는 북한에 엄청난 고통이라는 것, 따라서 김정은을 핵 포기로 몰고 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북 제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김정은의 노림수를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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