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의 위력에 잠겨버린 포항 왜 피해컸나?

입력 2022-09-06 17:32:57 수정 2022-09-06 21:24:59

한 시간에 110mm 500년 만의 폭우, 오천읍 냉천 등 7개 하천 범람
전문가들 "하천 넘치는 저지대에 주택이 대부분 위치하고 있어 피해 더 컸을 듯"

한반도에 제11호 태풍
한반도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6일 오전 경북 포항 남구 보건소 앞 도로에 파손되 차량과 뿌리채 뽑힌 나무들이 널부러져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한반도에 제11호 태풍
한반도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6일 오전 경북 포항 남구 보건소 앞 도로에 파손되 차량과 뿌리채 뽑힌 나무들이 널부러져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태풍 '힌남노'에 유독 경북 포항의 피해가 컸던 것은 태풍이 남해상을 지나 경북 동해안을 직격하는 경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6일 새벽 남해안을 지나 동해안으로 향한 힌남노는 '매우강' 상태에서 '강'으로 다소 약해졌지만, 당초 예상했던 강풍 대신 엄청난 폭우를 쏟아냈다. 태풍은 중심에서 오른쪽이 더 강한 것이 통상적이지만 차갑고 건조한 기후가 대기불안정을 야기해 이동 중 잔뜩 머금은 습기를 왼쪽편인 경북 동해안에 퍼부은 것으로 분석된다.

5일과 6일 사이 포항 남구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최대 110㎜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공교롭게도 피해는 하천 주변 거주지에 집중됐다.

포항시에 따르면 남구 대송면 칠성천·우복천, 장기면 대화천·장기천, 동해면 지바우천, 오천읍 냉천, 북구 중앙동 학산천 등 7개 하천이 모두 범람했다. 이로인해 오천읍과 대송면, 장기면, 중앙동 등이 물에 잠겨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하천 주변 지역에 피해가 집중된 것은 저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유량 증가로 하천이 조금만 넘쳐도 물이 바로 주변 지역으로 흘러들어오는 구조여서 배수 펌프 등이 작동하더라도 갑자기 불어난 물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휩쓸고간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펜션이 불어난 강물로 인해 지반 유실로 내려앉아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휩쓸고간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펜션이 불어난 강물로 인해 지반 유실로 내려앉아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특히 이번에 1명의 사망과 7명의 실종 사건이 발생한 오천읍의 경우 냉천이 넘쳐 피해가 막심했다. 포항 냉천은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취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시는 예산 245억4천900만원을 들어 남구 오천읍 진전저수지에서 동해면까지 8.24㎞ 구간에 대한 하천을 재정비했다.

이후 포항시는 2020년까지 1.8㎞ 구간의 냉천 하류를 재정비했고, 산책로와 조경, 운동기구 등 조성작업을 목적으로 18억6천만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했다.

이처럼 260억원이 넘는 돈이 하천 정비에 들어갔지만 하천 한계수량은 1시간당 77㎜(강우량)로 설계돼 있어 이번처럼 100㎜가 넘는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하천정비계획상 최근 80년 사이의 빈도를 계산해 최고수치로 계산하는데 이번 폭우는 500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포항시의 설명이다. 아울러 냉천 주변이 대부분 저지대로 형성돼 있어 한번 불어난 물은 급속도로 주변을 잠식해 들어갔다. 주민이 사고를 당한 아파트 역시 냉천 주변 저지대에 위치해 있다.

한 전문가는 "냉천이 범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이런 역대급 태풍을 고려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냉천 정비사업을 할 때 주민들이 많이 사는 저지대 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옹벽 등을 높게 쌓았으면 어땠을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