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허대만법 토론회 개최
"배려 요구, 애들 응석" 쓴소리도
더불어민주당이 1일 고(故) 허대만 전 경북도당 위원장의 유지인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허 전 위원장의 죽음을 추모하며 전국정당화를 위한 이른바 '허대만 법' 추진을 다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허대만의 유지를 받아서'라는 주제로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의 선거법 개정을 논의했다. 안민석·김두관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원외지역 협력의원단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서영교·박찬대 최고위원 등 1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토론회에 앞서 허 위원장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재명 대표는 축전을 보내 "허대만 동지께서 지난 30여년 동안 7번의 선거에 출마해서 7번 낙선했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고 당의 깃발을 지키셨다"며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광주에서의 콩이 대구에서도 콩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이 부서지고 찢겨진 동지에게 우리 민주당은, 아니 우리 정치권 모두는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의 기조강연으로 토론회가 본격 시작되자 전국정당을 위한 민주당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허 전 위원장 별세 직후 소선거구제 개편을 골자로 한 '허대만 법' 추진을 최초로 주장한 김 총장은 "선거 결과에 따라 지역주의가 약화된다 또는 훨씬 구조화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역시 현재까지는 후자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구에서 김부겸 전 총리의 당선과 기초의원 절반을 민주당이 차지한 것은 좀 야박하게 말하면 까치밥 이론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정당의 독차지가 싫어 일종의 너그러움으로 민주당에 까치밥을 준다는 설명인데, 결국 김 전 총리도 살아남기 위해 옆 지역구로 옮긴 주호영 의원에게 나가떨어지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김대중의 동진정책 ▷노무현의 전국정당화와 달리 최근 민주당에는 전략패키지가 부재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TK 공략 전략에 대해 "TK는 대마를 잡기 위한 사석(捨石)이라면 차라리 좋겠다. 그게 아니라 사석(死石)이 되어 상대당에 조롱당하고 같은 당에서 존재를 무시당하는 이중적 고통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허대만 법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도농복합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 ▷독일식 지역구 보상비례대표제 ▷석패율제 ▷양원제 ▷당내 비례대표 배분 ▷지역정당 출범 등을 논의했다.
특히 김두관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맞춰 권역별 비례대표제 및 개방형 비례대표 명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TK 민주당을 향한 따끔한 조언도 나왔다.
박진영 숙명여대 객원교수는 "영남 지역위원장들께서 중앙당에 와서 우리를 좀 배려해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역위원장 집단 탈당에 나서는 각오가 아니고선 안 되는 게 당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도 "지역에서 나오는 비례대표, 예산, 대의원을 배려해 달라는 얘기는 여의도에 와서 맥을 못 춘다. 징징대는 애들 응석으로 보더라"며 "뭐를 해달라고 얘기하지 말라. 잘 해주지도 않고 딱 하나 해주더라도 생색을 얼마나 많이 내는지 아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지역당 역량이 약화된다. 지분 투쟁보다는 노선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당에서 눈길이라도 주는 게 민망한 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