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31일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의 권리당원으로 가입해 함께 세상을 바꿔주세요"라고 적곤 당 홈페이지 링크를 들이밀었다.
어디서 많이 본 수법(?)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잊을 만하면 "당원 가입하기 좋은 ○요일"이라고 페이스북에 적곤 당원 가입 온라인 링크를 내미는 게 떠오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SNS로 저러는 국민의힘 정치인은 이준석 전 대표 말곤 본 적이 없어서다.
다른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에서 활동이 뜸하단 얘긴 아니다. 국회에서 한 일, 다음 의정·지역구 일정, 출연한 방송 유튜브 동영상 같은 걸 열심히 올린다.
그런데 최근 들어 꽤 자주 보이는 페이스북 글 소재가 있다. '이준석'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데 이어 당 대표 자동 해임을 가리키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자 이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즈음부터 부쩍 늘었다.
페이스북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와 직접 설전을 벌이는 걸 넘어, 이준석 전 대표를 주제로 3자들끼리 갑론을박을 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장외에 있거나 아예 해외로 떠났다 돌아온 기성 정치인들도 이준석 전 대표를 거론하며 대중에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가 하면, 신인 정치인들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공세 대 옹호 구도로 자기 체급을 키우는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한 정치인의 경우 8월 한 달간 페이스북에 쓴 글 36건 중 11건(30%)에서 이준석 전 대표 및 관련 논란을 다뤘다. 소속 지자체 업무 관련 글(16건, 44%) 다음으로 많이 썼다.
'이준석 얘기' 없이는 상당수 정치인의 페이스북이 돌아가지 않는 이런 와중에 정치인들이 듣고 또 하는 얘기가 있다.
SNS로 하는 정쟁보다 민생이 우선이라는 것. 이 싸움을 멈춰야 민생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이상한 말이다. SNS로 정쟁을 하면서 국회에서 민생도 챙기면 안 될까? 치고받고 싸우는 동시에 민생에도 집중하면 안 될까? 둘 다 치열하게 잘 좀 하면 안 될까?
최근 '가처분 사태'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잃거나 정지 먹은 것도 아닌데 왜 민생을 못 챙긴다는 것인지. 컨디션 조절 잘해야 하는 고3 수능 수험생도 아닌데, 모두 다 큰 성인이니 잠 좀 덜 자고 민생 현안 먼저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연찬회 하고 의원총회 하고 그러고 시간 남으면 페이스북 접속하면 될 텐데.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고, 정치인 걱정도 매한가지다. 만일 죄가 있다면, 꼭 엄벌 받기를.
이와 별개로, 나머지 사람들은 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기성 정치란 원래 그런 건가도 싶지만,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8월 31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 앞에서 어떻게 저렇게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싸울 수 있는지 놀랍다. 정치를 왜 하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물론 일부 국민은 대선도 지선도 끝난 판에 불거진 대규모 정쟁이 여느 대하 드라마나 격투기 중계보다 흥미진진해, 또는 화가 나 뉴스 댓글난에 의견·소감 남기고 '좋아요' '싫어요' 누르며 몰두하실 것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물가며 금리며 환율이며 연일 뉴스가 무섭다.
이준석 전 대표가 어쩌고저쩌고 페이스북으로는 말 참 많이 하면서, 뽑아준 국민 생각은 왜들 그리 안 해주나? 이준석이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