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저한테는 낯설어요. 보통 사람들은 데이트할 때 그런 거 잘 안 하잖아요. 한강 변에서 조깅하면서 쓰레기 줍기 같은 거요."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을 끝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 데이트를 할 때 우영우의 남자 친구 이준호가 볼멘소리를 한다. 우영우가 망태기를 메고 해맑게 달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구가 아프다고는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구를 위하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구 닦는 황 대리'의 저자 황승용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구 닦는 사람들 '와이퍼스'(Wiperth)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는 30대 MZ세대 직장인으로, 책의 부제처럼 '플로깅으로 퇴근 후 인생이 바뀐 어느 월급쟁이의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2년 전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낀 채 피를 흘리는 바다거북 영상을 보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다음 날 바로 집 앞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웨덴어 Plocka Upp(Pick Up)과 조깅(Jogging)을 합친 말로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환경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줍깅'(줍다+조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확산되고 있다. 2019년 국립국어원은 '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달리기'를 제안했다.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경북의 지자체들도 플로깅 운동에 나서고 있다. 예천군은 지난해 7월부터 '함께해요! 클린예천!' 쓰담달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학동 군수를 필두로 한 챌린지 지명 캠페인 등 공직자들이 앞장서 플로깅을 실천하면서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지역 사회단체와 연계해 수거용 봉투 자율배부함 설치, 달리는 보물마차 이동식 재활용 수거 서비스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환경보전운동을 실천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울릉도에서도 주민들이 섬을 지키기 위해 '플로깅 울릉' 운동을 시작했다. 섬에 온 서울 청년이 혼자 시작한 플로깅 울릉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주민들이 함께 매주 두 차례 참여하는 운동으로 확산됐다.
매일신문사도 경상북도교육청과 함께 도청신도시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플로깅 행사를 개최했다. 운동하면서 환경까지 지킬 수 있는 플로깅을 통해 아름답고 평화로운 우리 지역을 더욱더 깨끗하게 보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구의 미래인 MZ세대들은 기성세대가 망쳐 놓은 지구를 원망만 하지 않는다. 여행할 때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에 '친환경 여행'을 인증하거나 함께할 것을 제안하는 게시물들을 올린다.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함께 '쓰담'을 하고, 쿨하게 헤어지는 식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85.5%는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흘 뒤면 모두가 즐거운 추석이다. 매년 명절마다 고속도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고향을 찾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도로 곳곳은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넘쳐난다. 휴게소에도 방문객들이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널려있는 등 명절마다 아쉬운 시민 의식이 여실히 드러나곤 한다. 이번 귀향길에는 온 가족이 함께 운동도 하고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하면 어떨까. 성묫길에도 종이컵 등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말고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해 되가져오는 녹색생활을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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