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에게 "이준석 신경 쓰지 마시라" 洪의 답변은?

입력 2022-08-23 23:46:31 수정 2022-08-24 13:20:37

이준석, 홍준표. 연합뉴스
이준석, 홍준표. 연합뉴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관련 일종의 충고 내지는 평론이 연달아 올라왔고, 언론 보도화도 되며 큰 관심을 얻은 가운데, 한 지지자가 홍준표 시장에게 "이준석은 신경 안 쓰시는 게 어떠실지?"라고 물었다.

이에 홍준표 시장이 짧은 답을 밝혔다.

▶23일 저녁 홍준표 시장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지지자들이 홍준표 시장에게 질문하는 코너)에는 "이준석에 관해서는 그냥 신경 안쓰시는게 어떠실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는 "당 복귀 때 받은 도움 때문에 시장님이 끝까지 이준석을 믿어주고 감싸주고 하셨던 것 안다"며 "그럼에도 지금은 무엇때문에 이리 질책하시는지도 안다"고 했다.

홍준표 시장은 앞서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어 2021년 6월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허가해 1년 3개월 만에 친정 복당이 성사됐다.

이준석 대표는 2021년 6월 11일 국민의힘 초대 당대표로 선출됐는데, 그로부터 불과 13일 후인 6월 24일 복당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어진 청문홍답 글에서는 "하지만 시장님을 너무 걱정하는 지지자로써 이젠 어떤 충고도 없이 이준석을 놓아버리시고 시장님은 시장님대로 당을 위해 대구시를 위해 힘써주심이 어떠실지"라고 요구하면서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지만, 당과 이준석을 위해 충고하실 때마다 시장님께 자꾸 피해가 가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1시간 정도 후 홍준표 시장은 "분탕질은 좋지 않은 겁니다"라고 짧게 답글을 달았다.

우선 이준석 전 대표의 현재 행보를 '분탕질'로 표현한 것이고, 이준석 전 대표가 지금과 같은 언행을 지속할 경우, 지금과 같은 비판 취지의 언급을 계속 내놓겠다고 밝힌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답변이다. '이준석 전 대표에게 신경 쓰지 마시라'는 취지의 제안에 에둘러 "No(노)"라고 답한 맥락이다.

(위)홍준표 대구시장 온라인 정치 플랫폼
(위)홍준표 대구시장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 코너 답변, (아래)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청년의꿈 홈페이지,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이같은 글이 올라올만한 상황이 실은 이날 짙게 나타났다. 홍준표 시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지적하는 맥락의 글을 이날 페이스북에 2건이나 올린 것.

홍준표 시장은 이날 낮 12시 18분쯤 글을 올려 전날인 22일 저녁 MBN에 출연한 이준석 전 대표가 자신을 로마 검투사 막시무스에, 윤석열 대통령을 로마 황제 코모두스에 비유한 것에 대해 반응을 나타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해당 방송에서 로마 검투사들을 다룬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가리키며 "결국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르고 시작한다"고 현 상황을 비유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막시무스는 자기 몸을 불살라 조국 로마를 위한 헌신이 있었다. 막시무스는 구질구질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죽음으로 로마를 살리고 동료 검투사들에게 자유를 줬다"며 "자신이 살려고 동료집단을 매도 하는 비열한 짓을 막시무스는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나가면 코미디가 된다. 그만 자중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홍준표 시장은 이날 오후 6시 2분쯤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써 "적과 내통해서 박근혜 흔들어 한국 보수 진영을 초토화 시키더니, 이제 갓 출범한 윤석열 정권도 흔들어 도대체 무얼 하겠다는 건가"라며 "박근혜 정권 붕괴 후 5년이란 세월 동안 국민들의 지탄과 손가락질 받으며 이 당을 지킬 때 너희들은 도대체 뭘 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키지 않더라도, 다소 부족 하더라도, 새 정권이 안착하도록 도와줘도 시원찮을 당이 한쪽은 탐욕으로 또 한쪽은 응석과 칭얼거림으로 당을 혼란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탐욕'이라는 표현은 윤핵관 등을, '응석과 칭얼거림'이라는 표현은 이준석 전 대표를 가리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어 홍준표 시장은 "나는 누구의 편을 들어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제발 구질구질하게 정치하지들 마라"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올해 2월 12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윤석열 후보 선대본 상임고문 등이 대구 동성로를 함께 찾아 어묵을 사서 먹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2월 12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윤석열 후보 선대본 상임고문 등이 대구 동성로를 함께 찾아 어묵을 사서 먹고 있다. 연합뉴스

▶참고로 홍준표 시장이 이날 쓴 2건의 글 모두 '구질구질'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홍준표 시장이 애용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8월 19일 오전 11시 16분쯤 쓴 페이스북 글에서 홍준표 시장은 "참 구질구질하게 정치들 한다" "조잡스럽고 구질구질하게 지엽, 말단적인 건수만 붙잡고" "같은 편끼리 서로 손가락질에만 열중하는 구질구질한 정치들만 한다" "구질구질한 협상을 더하기 싫어 13년 (대구와)구미(간) 물 분쟁도 단칼에 잘라 버렸다" "구질구질하게 살지들 마라. 세상은 그리 길지 않다"며 마치 '구질구질'이라는 주제어가 제시된 백일장에서 쓴듯한 글 내지는 요즘 청년들의 랩에서 구사하는 '라임(각운)'으로 구질구질을 선택한듯한 글을 선보이기도 했다.

홍준표 시장은 또한 그를 정계에 입문시킨 故(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쓴 표현인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도 즐겨 차용한다. 그는 지난 8월 21일 오전 9시 47분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영문 이니셜) 정권 초기 대개혁에 반대하던 수구집단에 일갈한 YS의 명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2008년 10월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2008년 10월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실은 이번에 이준석 전 대표에게 날린 '분탕질'도 홍준표 시장이 앞서 곧잘 썼던 표현이다.

홍준표 시장은 이준석 대표(대표직 자동해임 전)가 당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의사를 예고한 이달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당을 혼란케 하면 분탕질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6.1.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이중 페널티' 우려가 나온 올해 3월 22일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써서 당시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신청을 하면 심사 과정에서 10%를 감점하고, 5년 이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사람에 대해서는 15%를 감점'하는 페널티 적용을 결정한 장본인인 김재원 당시 최고위원을 향해 "공명정대해야 할 당권이 개인의 사욕으로 분탕질 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좀 더 과거로 가 21대 총선 당선 직후였던 2020년 4월 17일 페이스북에도 당시 무소속이었던 자신의 복당 문제와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 때 당을 배신하고 지난 대선 때 당을 비난하고 지선 때 분탕질 쳤던 사람들이 나의 복당 문제를 운운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2018년 6월 14일 자유한국당 대표를 사퇴한지 반년 후였던 2019년 1월 10일에는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을 통해 그날 신년 기자회견을 한 문재인 대통령을 의식한듯 "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가동주졸(街童走卒)처럼 분탕질을 쳐서 나라가 위태롭게 돼 가고 있는데, 야당(당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 등)들은 뭐하고 있냐고 국민들이 분기탱천(憤氣撑天)하고 있다"고 했다.

홍준표 시장의 비판 대상이 되거나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은 이같은 '분탕질'이라는 표현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