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펼치던 베트남의 밀림·석양 엊그제 일 같은데…다들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중부지방에는 폭우가, 대구경북에는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날입니다. 마치 열대지방에 온 것 처럼 푹푹찌는 이런 날이면 약 54년 전 지금과 비슷한 날씨의 베트남에서 전쟁을 치르던 그 때가 떠오릅니다. 당시 나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한성부 향도 하사와 무전병이었던 정진우 병장, 잘 지내고 있는지요?
한 하사와 정 병장은 저와 함께 작전을 함께 해 전공을 올린 가장 가까운 전우였지요. 함께 지내면서 두 사람 모두 군인 정신도 투철했고 군 생활에 충실했던 참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초급 장교여서 미숙했던 부분이 꽤 있었을텐데도 저를 잘 따라주었던 부하이자 전우였습니다.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그 때가 가장 많이 떠오릅니다. 그 때가 1968년이었지요. 당시 나는 베트남의 '듸안'이라는 곳에 주둔하고 있던 비둘기 부대(127공병대대)에서 공병대대 본부중대장으로 전쟁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한 하사와 정 병장도 저와 함께 근무했지요.
그 해 7월 6일, 저는 부대원들을 이끌고 부대 주둔지역 반경 2㎞ 지역의 밀림을 수색해 지하에 숨은 베트콩들을 찾아내는 정밀수색작전 참가를 명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한 하사, 정 병장, 그리고 작전 안내를 담당했던 베트남 민병대원 2명으로 조를 만들어 수색을 진행했습니다.
부대 인근 밀림을 수색하던 중 어린아이 4명과 노파 한 명이 있는 집을 발견했는데, 그 때 방금 벗어놓은 듯한 남자 옷을 발견했습니다. 이상한 예감이 든 저는 이 집 가까이 베트콩들이 숨어있는 동굴이 있을 거라 판단하고 주변을 계속 탐색해 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야자수 잎이 덮인 곳이 나왔습니다.
발로 그 곳을 헤치자 U자 모양의 철기둥이 발견됐고 거기가 유개호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지붕으로 판단되는 부위를 발로 쿵쿵 구르자 갑자기 그 안에서 총소리가 났습니다. 숨어있던 베트콩이 제 발소리를 듣고 총을 쏜 것이지요.
이 상황을 본 다른 부대원들이 우리 수색조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고 함께 소총으로 유개호 위에 100여발이 넘는 집중 사격과 5개의 수류탄을 던졌습니다. 구멍이 뚫린 게 확인되자 나와 한 하사, 정 병장은 다시 수류탄 8개를 동굴 속으로 던져넣었습니다.
10분이 지났을까요. 동굴 속은 잠잠했습니다. 별다른 반응이 안 보여서 야전삽과 곡괭이 등을 이용해 뚫려 있는 지붕을 걷어냈습니다. 그 안에는 숨진 베트콩 3명이 발견됐습니다. 당시 작전으로 얻은 수확은 베트콩 2명 생포, 신형 M16소총 1정, 칼빈 소총 1정, 신형 AK기관단총 1정, 수류탄 5발, 실탄 여려 발 등이었습니다. 그렇게 작전을 마무리한 뒤 부대로 돌아오는 길의 석양은 마치 우리의 성공적인 작전 수행을 축하해 주는 빛 같았습니다.
1969년, 나는 다시 한국으로 복귀했고 1972년 대위로 전역 후 26년동안 향토예비군 동대장(신천 1·2동, 신암1동)을 하며 지냈습니다. 핑계같겠지만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전역 후 한 하사와 정 병장을 찾아 볼 여력을 못 냈구려. 당시 작전을 펼치던 베트남의 밀림, 작전을 성공시키고 부대로 돌아오던 길의 석양, 포상으로 내려진 맥주의 맛, 모두 엊그제 일 같은데 나는 벌써 나이 여든의 노인이 돼 있네요. 당시 한 하사가 나와 동갑인 27살, 정 병장이 23살이었는데 지금은 다들 초로의 노인이 돼 있겠구려.
이역만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전우였던 한성부 하사와 정진우 병장, 지금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아니, 살아는 있는지….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어진 지금, 그대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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