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고 덜어서 본질에 가깝게…윤선갤러리 3인전 ‘마이너스(Minus)’

입력 2022-08-12 12:21:05 수정 2022-08-15 07:31:17

이창훈·한지석·박인성 작가 참여…9월 25일까지

한지석, 정지된 깃발, oil on linen, 200x260cm, 2018-19.
한지석, 정지된 깃발, oil on linen, 200x260cm, 2018-19.
한지석 작가가 윤선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한지석 작가가 윤선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윤선갤러리가 이창훈, 한지석, 박인성 작가의 3인전 '마이너스'(Minus)를 열고 있다.

전시 제목처럼 덜고 덜어서 본질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세 작가의 주요 작품과 신작 등 25점이 회화·사진·영상·설치작품 등 다양한 매체로 전시된다.

1971년생 이창훈 작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활동하다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한강'을 선보인다.

작가는 수석(壽石) 모양의 주형틀에 채집한 한강 물을 얼린다. 냉동고에서 꺼내진 얼음 수석에 성에가 끼고 녹기 시작한 순간을 사진으로 찍었다.

개인의 삶과 사회의 먼지가 녹아있는 한강 물, 소유에 대한 욕망과 헛된 의미부여를 담고 있는 수석, 결국은 녹아 없어질 얼음. 작가는 영원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 것,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각화함으로서 그 의미를 드러낸다.

작가는 "내 작품의 키워드는 '시간'이다. 사라져버릴 시간의 흔적들을 시각적으로 드러내, 헛된 열망을 좇기보다 삶의 본질을 자각하자는 얘기를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창훈, 한강, C-Print, 180x270cm, 2022.
이창훈, 한강, C-Print, 180x270cm, 2022.
이창훈 작가가 윤선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이창훈 작가가 윤선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런던 골드스미스와 첼시예술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창원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한지석 작가는 10여 년전부터 짙고 푸른 청색의 회화를 선보여오고 있다.

"화면에 무엇이 보이시나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그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관람객에게 푸른 빛의 캔버스는 높고 장엄한 산으로, 심연으로, 들판으로, 바다로, 하늘로 다가온다. 작가는 관람객의 느낌과 다채로운 해석에 중점을 두고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다변화하려 노력한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은 그의 작업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 먼저 어떤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는 욕구를 캔버스에 나타낸 뒤, 지워내고 감추려는 욕구로 그것들을 물감으로 덮어버리거나 흩뜨린다. 두 욕구가 만나는 접점이 작품이 되는 셈.

작가는 "표출과 숨김, 추상과 구상 등 다양한 지점이 만나는 지점이자 다의적 공간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회화에 대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고있는지, 어떻게 느끼고 기억을 끄집어내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 했다"고 말했다.

박인성, Behind the vail-001(07), mixed media on printed canvas, 100x80cm, 2022.
박인성, Behind the vail-001(07), mixed media on printed canvas, 100x80cm, 2022.
박인성 작가가 윤선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박인성 작가가 윤선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활동하다 귀국해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박인성 작가는 아날로그 필름을 주요 소재로 이용한다. 아날로그 필름이 산화하는 과정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스캔한 그의 작품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느날부터 아트씬에 다큐멘터리 작업이 너무 많이 등장했습니다. 모두가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니 혼란스러웠죠. 다큐멘터리가 과연 진실을 전달하는 것일까, 실현불가능한 방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하고 스캔해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아날로그의 정보를 다 담을 수 없는 간극 또한 다큐멘터리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시도한 작품도 그 연장선에 있다. 매체에 대한 무게감을 더한 캔버스 작업을 선보인다. 과도하게 확대한 부분을 촬영한 필름 위에 물감이나 에폭시로 두께감을 살려 무게감을 더했다.

작가는 "사진 이미지의 본질은 카메라 필름 자체다. 필름에 그림 그리는 제스처와 흔적을 남기거나 추상적 이미지를 배열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작품 안에 기재하기 위해서다. 결국 동시대 사람들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필름 자체를 메타포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053-766-8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