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곡정수장 저류조 사고 원인 '시안화수소' 아닌 '황화수소'

입력 2022-07-28 15:45:33 수정 2022-07-28 21:11:12

현장 포집 기체서 1천ppm 이상 황화수소 검출, 사망 인부 혈액에서도 나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따른 책임 범위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사

달성군 죽곡정수사업소. 매일신문 DB
달성군 죽곡정수사업소. 매일신문 DB

지난 20일 대구 달성군 죽곡정수사업소 저류조 청소 작업을 하다 숨진 60대 인부는 시안화수소가 아닌 황화수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안전수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구시 책임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적용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당시 사고 현장에서 포집한 기체에서 황화수소 1천ppm 이상이 검출됐고 사망한 인부의 혈액에서도 동일 성분이 나왔다고 28일 밝혔다. 당초 질식사 원인으로 추정된 시안화수소는 검출되지 않았다.

앞서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저류조로 내려가는 맨홀 입구에서 복합가스 측정기(멀티레이)를 이용해 시안화수소 47ppm(치사량 50ppm)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와 다른 측정기와 정밀기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시안화수소는 검출되지 않고 황화수소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황화수소는 계란 썩은 냄새가 나는 가스로 하수구 등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유기물 분해로 발생한다. 고농도의 황화수소에 노출될 경우 호흡이 마비되고 폐조직이 손상된다. 500~700ppm 농도에서 30분~1시간 정도 노출될 경우 의식불명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사고 현장에서 검출된 1천ppm 수준에서는 몇 분만 노출되더라도 사망에 이른다.

황화수소는 질식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유해가스로 알려져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질식사망자 166명 가운데 28.9%(48명)가 황화수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황화수소 농도가 10ppm 이상인 내부를 밀폐공간으로 분류하고, 안전수칙을 의무화했다. 밀폐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야 하고,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송기마스크와 같은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산소가 적정수준으로 유지되는 환기 의무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이 같은 안전수칙들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소방당국은 구조 당시 인부를 비롯해 사상자 3명 모두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도 작업 전 유해가스를 측정하는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책임 범위가 관심사다. 죽곡정수사업소는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소속이고, 사업소는 대구시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책임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영 책임자가 누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안전조치 위반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