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다 특허 경북대, 첨단 공학 분야의 눈부신 연구성과들

입력 2022-08-01 06:30:00

생명공학, 인공 장기 미생물 모델 제시…아프리카 감염병 극복 방안
물리학·전자공학, 수소 생산 효율 향상 및 반도체 기술 개발
화학과·신소재공학, 에탄올 연료전지·물방울 전기 생산

교신저자 조윤기 교수
교신저자 조윤기 교수
제1저자 김민범 경북대 석사과정생
제1저자 김민범 경북대 석사과정생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는 연구개발 역량에서 지역을 대표한다. 지난해 기준 경북대의 국내·외 특허 출원·등록은 모두 1천48건으로, 대구경북 대학 가운데 가장 많았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경쟁력이 단연 뛰어난 것이다. 최근에도 석·박사 등 경북대 연구진들은 각종 첨단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생명공학, 인공 장기와 아프리카 감염병

경북대 의생명융합공학전공의 조윤기 교수팀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3차원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에 미생물을 배양하는 최신 기술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조윤기 교수(교신저자)와 김민범 석사과정생(제1저자)이 참여한 이번 논문은 생체재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매터리얼즈 투데이 바이오' 온라인판(7월)에 게재됐다.

오가노이드는 체외에서 인간의 장기를 모방하기 위해 설계된 '장기 유사체'로서,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구조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실제 장기의 구조·기능적 특이성을 재현할 수 있어 '미니 장기'로 불린다. 최근 들어 다양한 기초 연구와 응용 분야를 위한 모델로써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를 생체 내에 서식하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과 배양하게 되면 체내 미세환경을 밀접하게 모사할 수 있어, 인체 조직과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다양한 감염질환을 규명하거나 생리·병리학적 연구와 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에도 활용 가능하다.

조 교수팀은 이번 논문에서 오가노이드-미생물 배양 모델을 장기별로 설명하고, 효율적인 미생물 배양 시스템 구축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오가노이드에 미생물을 감염 또는 공존시켰을 때의 변화를 비교·분석해 미생물이 소장, 폐, 간 등의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오른쪽은 아쉬라프 아킨타요 아킨톨라 씨, 왼쪽은 황의욱 교수
오른쪽은 아쉬라프 아킨타요 아킨톨라 씨, 왼쪽은 황의욱 교수

아울러 의생명융합공학과 박사과정생인 아쉬라프 아킨타요 아킨톨라 씨가 쓴 '아프리카에서의 인구 연구를 위한 생물 정보학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이란 기고문이 '네이처'지에 실렸다.

아킨톨라 씨는 인구가 급증하는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AIDS(에이즈), 에볼라와 같은 감염성 질병들을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생물 정보학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아킨톨라 씨는 경북대 대학원 농생물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2020년부터 대학원 의생명융합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분자계통학적 연구와 모기의 장내 미생물 유전체 정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여준엽 경북대 교수
여준엽 경북대 교수
공희정 경북대 박사과정생
공희정 경북대 박사과정생
양해창 경북대 석사졸업생
양해창 경북대 석사졸업생

◆물리·전자, 수소 생산 효율 향상·반도체 기술

물리학과 여준엽 교수팀은 광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광수소 생산을 위한 광수전해 기술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는 기술이다. 탄소 배출 없이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탄소 중립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히지만, 수소 생산 효율이 낮아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여 교수팀은 삼산화텅스텐(WO3) 나노물질에서 표면과 내부의 산소 결핍 농도가 다를 때 광수전해 효율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레이저로 공간적 산소 결핍을 제어해 광수소생산 효율을 최대 2배 가까이 향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테리얼즈' 온라인판(7월)에 실렸다. 교신저자는 여준엽 교수, 제1저자는 공희정 박사과정생과 양해찬 석사졸업생이다.

일반적으로 산소 결핍은 소자 성능을 저해하지만,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광전기화학 셀소자에선 반대로 광수전해 효율을 증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배진혁 경북대 교수
배진혁 경북대 교수

전자공학부 배진혁 교수팀은 디스플레이용 차세대 트랜지스터의 획기적인 성능 향상이 가능한 친환경 반도체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산화물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한계를 극복하는 디스플레이용 차세대 반도체이다. 산화물 소자의 용액 공정은 높은 생산성과 확장성으로 큰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만, 반도체 결함 밀도가 증가해 낮은 전기적 특성과 안정성·균일도 저하 등의 단점이 있다.

현재 반도체 양산에 사용되는 대표적 반도체 패터닝 기술은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이다. 이 공정은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독성물질이 사용되며 공정의 복잡도가 높다.

배진혁 교수팀은 순수한 물을 사용하고 공정 단계를 4단계로 축소해 친환경적이면서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광패터닝 기술을 제안했다. 이 기술을 통해 반도체 내 결함을 최소화하고, 저온 공정으로도 높은 전기적 특성과 균일도를 보이는 디스플레이용 산화물 소자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전기적 특성과 균일도가 10배까지 향상됐다.

최상일 경북대 교수
최상일 경북대 교수
이지훈 경북대 교수
이지훈 경북대 교수

◆화학과·신소재공학, 에탄올 연료전지·물방울 전기 생산

화학과 최상일 교수와 신소재공학부 이지훈 교수는 에탄올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고가의 백금 촉매보다 효율이 11배 가량 높은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에탄올 연료전지는 에탄올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소규모 크기로 제작해 휴대용 배터리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미래 에너지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백금은 고가인 데다 전기 생산 효율이 기대치보다 낮았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백금 촉매 표면은 에탄올을 분해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이때 부생 물질로 생성된 일산화탄소가 백금 표면을 오염시켜 전기 생산 효율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

최 교수와 이 교수는 '백금-산소-로듐원자'로 표현되는 새로운 촉매점을 발견하고, 이 촉매점이 99% 이상 수준으로 에탄올을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통해 기존 백금 촉매보다 11배나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NAS)이 발행하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다.

경북대 석사 졸업생인 김연규 씨. 현재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경북대 석사 졸업생인 김연규 씨. 현재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신소재공학부 박귀일 교수는 유기·무기 복합소재의 계면 효과를 이용해 고효율의 압전소자를 개발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작은 힘으로 상용 커패시터(에너지저장장치)를 충전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전력을 생성한 것.

압전소자는 누르는 힘 같은 기계적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신호를 생성하는 장치다. 가볍고 소형화가 가능하며, 반영구적으로 전기 생산이 가능해 저전력 전자장치의 전력공급원과 자가발전 센서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압전소자는 세라믹 계열의 무기소재를 이용해 주로 제작됐다. 최근에는 유연하고 경량화된 소재 개발을 위해 폴리머 계열 유기 소재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박귀일 교수팀은 복합소재의 계면에서의 쌍극자가 더 낮은 전압에서 빠르게 재배향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압전소자 대비 절반 수준의 전기장에서 성능을 극대화하는 압전소자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소재·에너지 분야 저명 학술지인 '나노 에너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교신저자는 박귀일 교수, 제1 저자는 제1 저자는 석사과정을 졸업한 김연규 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