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셔가 사라진다…셀프계산대 도입으로 무인화 확대

입력 2022-07-25 19:12:05 수정 2022-07-25 20:22:02

조작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불만'

무인 슈퍼마켓. 변선진 기자
무인 슈퍼마켓. 변선진 기자

지난 15일 대구 달서구의 한 체인형 슈퍼마켓(SSM)엔 직원이 있는 일반계산대와 셀프계산대가 각각 있었다. 2020년 이전만 해도 점원 2명이 2대의 일반계산대에서 손님들의 구매물품을 바코드로 찍고 계산했다. 그러나 셀프계산대 1대가 도입되면서 점원 한 명은 그만뒀다.

북구 아파트 상가의 한 슈퍼마켓은 33㎡ 남짓 공간에서 24시간 무인으로 돌아간다. 밀키트·아이스크림·과자 등 물품을 손님이 바코드로 찍고 계산한 뒤 봉지에 담아 간다. 주민 유모(39) 씨는 "어딜 가나 무인가게가 많아지면서 셀프계산대를 조작하는 방법을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캐셔(계산원)가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가게에서 혼자 바코드를 찍고 계산하는 게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어서다.

이마트는 셀프계산대를 2018년 처음 도입한 뒤 현재 전국 147개 점포에 1천여 대가 넘게 자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5년 피임기구·여성용품 등 구매 품목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대형마트 최초로 셀프계산대를 도입했다. 롯데마트는 2017년 처음 선보인 뒤 대구 율하점은 올해 처음으로 셀프계산대를 도입했다.

편의점도 무인화에 불붙기 시작했다. A브랜드 편의점은 대구 기준 전체 점포 282개 중 50개(17.7%)가 무인·하이브리드(야간에만 무인) 점포다. 5곳 당 1곳꼴이다.

이처럼 셀프계산대가 도입되면서 점포당 고용 인원은 감소하고 있다. 마트의 총 고용 인원을 점포 개수로 나눴더니 이마트는 점포당 직원이 2018년 164.7명에서 지난해 155.7명으로 떨어졌다. 롯데마트는 2020년 107.1명에서 작년 103.4명으로 줄었다.

셀프계산대가 보편화되면서 캐셔들이 실직에 내몰리고 있다. 실제 최근 이마트 성서점에서는 생존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셀프계산대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정책소통센터장은 "이대로라면 캐셔는 '언제' 사라지는가가 논의의 중심이 됐다. 무인화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사용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며 "지금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무인화와 캐셔가 공존하는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다. 이를 늦추기 위해선 노사협의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무인점포로 운영 중인 한 편의점의 입구 모습. 고객이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지불수단으로 인증해야 점포 문이 열리는 잠금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홍준표 기자 pyoya@imaeil.com
무인점포로 운영 중인 한 편의점의 입구 모습. 고객이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지불수단으로 인증해야 점포 문이 열리는 잠금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홍준표 기자 pyoya@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