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지 (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대구경북메타버스협의회 회장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에 따르는 환경 변화에 점차 새로운 현실을 만들기 시작했다. 비대면 속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상세계를 만들어 그 속에서 서로를 알리고 소통하고 즐기는 시도를 한 것이다.
과거에도 게임이나 SNS에서 부분적으로 경험을 했지만 가상과 현실이 오가는 연속적인 세계로 메타버스를 만들어 좀 더 현실감 있는 디지털 세상으로 나아가게 됐다.
이 메타버스가 실현된 배경은 급속한 정보통신의 발전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4G에서 5G로 발전하면서 정보의 속도가 20배나 빠른 초연결성, 초저지연성, 초고속 인터넷은 3D로 구현되는 가상세계의 플랫폼들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초월하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의 디지털화된 세계에서는 서로 모여서 회의도 하고 대학 입학식, 축제, 기업 면접, 공연 오디션 등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현실에서 만나지 않더라도 가상공간에 현실과 똑같은 공간을 재현함으로써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게 환경을 설정해 놓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페토는 3억 명의 유저를 가지고 있다. 85%가 외국인, 90%가 Z세대들이다. 빌드잇으로 공간을 만들어 모임을 갖고, 아바타 의상도 제작한다. 제페토에서 의상디자이너로 알려진 '렌지'는 그 속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점포도 내고 의상 아카데미도 열고 컨설팅도 한다. 그는 월평균 소득이 무려 1천5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메타버스 속 가상 부동산인 디센트럴랜드와 샌드박스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 가상의 땅값이 최소 4배, 최대 300배 올라 높은 수익을 가져가기도 한다. 이곳엔 카지노와 갤러리, 명품 숍 등이 입점되기도 하고, 유명 브랜드들이 각종 플랫폼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며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과거 SNS에서는 플랫폼 회사가 수익을 가져가고 유저들은 데이터만 제공했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수익과 소비가 같이 이뤄진다. 개인이 창작에 의해 돈을 벌 수 있는 이 구조는 MZ세대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세계다.
컴퓨터에서 정보 교환을 주고받는 웹 1.0 시대를 거쳐 모바일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자신들의 생활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웹 2.0 시대였다면, 메타버스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웹 3.0 시대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도 메타버스 시대에 다양한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지만, 결국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필요로 하고 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개발해 플랫폼에서 소비와 생산의 중심이 되는, 개개인이 새로운 경제 주역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디지털 속 가상 세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혼합 현실에서 새로운 언어, 생소한 문자를 받아들이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이 전환기에 미래를 선점하는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된다. 메타버스의 시대에 펼쳐질 신(新)경제 시대를 슬기롭게 맞이하는 메티즌(메타버스 시민)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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