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의원이 사적 채용을 이유로 삿대질을 당한 건 해명의 태도마저 당당했던 탓이 컸다. 선거운동도 열심히 해 공로가 충분했으니 7급 자리로 보내면 알맞았는데 9급 자리로 가 격에 맞지 않았다며 외려 미안해했다. 의리와 정이 없는 각박한 세태를 간접적으로 꼬집는 듯 비쳤다. 그런데 어쩌나, 공정이 온정을 초월한 순간을 우린 이미 지나왔다. '공정'이 시대정신인 2022년이다.
공정과 먼 움직임이 또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일명 민주유공자법을 재추진한다. 유신 반대 운동, 6월 항쟁 등에 참가했던 이른바 운동권 인사들을 유공자로 지정하고 그 배우자와 자녀에게 교육·취업·의료 지원 등을 하는 근거법이다. 829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추정이다. 숫자가 얼마나 됐든 법 제정 의도에 선민의식이 스몄다. 그들 덕에 민주화를 성취할 수 있었고, 그 공로는 고정값이라는 것이다.
아연실색한 대목은 국회 다수석을 갖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 제정 시도가 처음도 아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여론의 반대로 중단한 것이다. 지금에서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서글픈 전횡이다. 민주당은 스스로에게 묻자. 보답을 바라고 화염병을 들었던가.
2020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백온유 작가의 장편소설 '유원'에는 화재 사고로 고층에서 떨어져 죽을 뻔한 어린 유원을 구해준 의인이 등장한다. 유원을 구했지만 이후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온갖 매체에서 의인으로 소개된다. 실제는 다르다. 유원의 가족 곁을 맴돈다. 경제적으로 힘겨워하는 그를 유원의 가족들은 외면하기 어렵다. 의로운 행동을 내세워 오랜 기간 유원의 가족들을 괴롭히는 걸로 비친다.
의인들은 대개 그래야만 했기에 몸이 자동으로 나가더라고 입을 모은다. 구해야 할 사람에게서 피어날 선의를 생각할 틈은 없다. 민주화의 과실을 나눠 먹고 있는 이들이 민주유공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 건 마땅해 보인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그들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까지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3월 광주민주화유공자증서를 자진 반납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훈장이 아니라 완장이 돼 버렸다"던 말이 메아리처럼 다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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