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경북부 기자
지난 8일 6·25전쟁 영웅 고 백선엽 장군 서거 2주기 추모식이 열린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이하 기념관)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현역, 예비역을 포함하면 100여 개의 별이 떴다. 다부동은 1950년 8월 백선엽 장군이 지휘한 국군 제1사단과 미군이 북한군 3개 사단을 격멸하고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격전지다.
이날 추모식엔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신희현 제2작전사령관 등 현역 대장 4명이 참석했다. 민간에선 이종섭 국방부장관,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재욱 칠곡군수, 데이비드 제 미국 영사 등 고위직이 즐비했다.
앞서 6월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백 장군 추모 행사 때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정희용·안철수·이인선 국회의원 등 중량급 정치인이 대거 참석했다.
기념관은 요즘 칠곡군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차례 열린 백 장군 추모 행사 참가자 면면만 봐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기념관이 동상 설치로 시끄럽다. 기념관 내에 백 장군과 함께 이승만·트루먼 한미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설치가 대두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념관 내 동상 설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화두를 던졌다. 이 도지사는 8일 추모식에서 "내년 3주기 추모식은 백선엽 장군 동상을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모셔 동상 앞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백 장군 동상 설치는 칠곡 군민 사이에 이미 상당한 컨센서스가 형성된 상황이라 속도가 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승만·트루먼 대통령의 동상 설치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에서 공감대가 거의 없어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될 소지도 다분하다. 지난해 이들 동상 설치와 관련해 칠곡군 이장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찬반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은 시민단체 '이승만·박정희·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건립 추진모임'(동추모)이 제작하고 서울 유명 거리에 설치를 추진했으나 반대 여론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7년 제작 완료된 동상 중 박 전 대통령 동상은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기증돼 조만간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동추모 관계자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경북도 내 동상 설치 협조를 요청했고, 다부동기념관이 물망에 올랐다.
최근 경북도는 경북호국재단(가칭)을 출범하고 기초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항일의병기념공원(청송), 통일전(경주), 기념관을 재단에서 관리해 경북을 독립·호국·통일의 메카로 자리매김토록 한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이를 계기로 기념관 내 이승만·트루먼 동상 설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을 독립·호국·통일의 메카로 만들고 독립과 국가 수호의 정신이 나라 사랑 정신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선도하겠다는 경북도와 다부동기념관 등 지역 전체를 호국보훈 성지로 만들고 자원화하겠다는 칠곡군의 뜻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절차이고 주민 동의다. 동상 설치를 군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좌우든 신구든 갈등의 단초가 될 것은 자명하다. 절차와 동의를 무시한 참담한 결과는 성주 사드가 잘 보여준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