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재고, 창고마다 포화상태… "쌓아둘 곳도 팔 곳도 없다"

입력 2022-07-17 17:34:37

지난해 가을 벼 매입량 크게 늘렸는데 올들어 쌀 판매는 줄어 재고 급증...신포항농협 5천200톤 방치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보관창고에 벼를 담은 1t짜리 톤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호태 대구경북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장(남포항농협 조합장·가운데)은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보관창고에 벼를 담은 1t짜리 톤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호태 대구경북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장(남포항농협 조합장·가운데)은 "최악의 벼 재고로 올 가을 벼 수매도 할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벼를 보관하는 경북 지역농협 대부분의 양곡창고가 재고로 넘치고 있다.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보관창고의 묵직한 철문을 열자 벼를 담은 1t짜리 톤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 농협은 지난해 가을 수매한 벼 5천200톤(조곡 40㎏들이 13만여 가마)을 그대로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쌀이 팔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관창고 관계자는 "50년이 넘은 낡은 창고에서 벼를 제대로 보관하려다 보니 습도 조절 등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비용이 들고 있다"고 귀뜸했다. 또 "지난해 가을에 수매해 9개월째 보관 중인데 다음 달이면 쌀벌레가 생겨날 시기라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쌀 소비가 제대로 안되다보니 쌀값이 계속 떨어지고,
중간상인들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지역농협에서 쌀을 매입하지 않는 등 산지 물량 적체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경북 최대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운영하는 예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6월 중순 기준으로 벼 재고 물량이 1만1천t에 달한다. 지난해에 견줘 6천t 많고, 평년보다 4천t 많은 물량이다. 이미 물량적체가 한계에 달해 있는데 물량이 더 늘면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보관창고에 벼를 담은 1t짜리 톤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호태 대구경북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장(남포항농협 조합장·위)은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보관창고에 벼를 담은 1t짜리 톤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호태 대구경북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장(남포항농협 조합장·위)은 "최악의 벼 재고로 올 가을 벼 수매도 할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이에 경북의 지역농협마다 지난해 매입한 벼를 처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경북 지역 미곡종합처리장(RPC)과 건조저장시설(DSC) 등 보관창고마다 팔 곳을 찾지 못해 나락이 쌓이고 있는 것. 이러면서 지역농협마다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매입한 벼를 한 낟알도 팔지 못한 농협도 있다. 햅쌀 수확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 가을 벼 수매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오호태 대구경북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장은 "지난해 40㎏들이 한포대당 평균 6만5천원에 벼를 매입했는데 1만4천원의 손해를 보더라도 5만1천원에 팔려고 해도 사려는 곳이 없다"며 "2개월 후인 9월이면 햅쌀이 나오는데 그때는 5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오 회장은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쌀값만 떨어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