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민주당 지금이라도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입력 2022-07-09 16:14:03 수정 2022-07-09 17:35:56

박지현, 박원순. 연합뉴스
박지현, 박원순. 연합뉴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故(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2주기인 9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기원한다"면서 자신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2년이 지났지만 우리 당은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지적했다.

박완주 의원 제명과 최강욱 의원 징계 등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불거진 성폭력 논란 관련 대응 사례들을 언급하며 달라진 점이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9일 오후 4시 3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년 전 오늘, 우리 사회에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성범죄로 피소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했다"며 "사건 이후 고인의 일부 지지자와 강성 팬덤은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2차 가해를 했다"고 적었다.

그는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우리 당은, 오히려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며 피해자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피해자께서는 지금도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힘들어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피해호소인'은 '피해 호소 여성' '피해 주장 여성'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러 정치인들이 언급했는데,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가 논란이 됐다. 이어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발표 후 남인순, 고민정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해당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잇따라 피해자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어진 글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은 "2년이 지난 지금 우리 당은 얼마나 달라졌는가?"라고 물으며 "불과 얼마 전에도 박완주 의원이 성폭력으로 제명됐고, 최강욱 의원도 성희롱 발언과 사실 은폐로 징계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근본적인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 부당한 폭력으로 고통받는 시민과 함께 맞서는 것이 우리 당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라며 "우리 당은 지금이라도 박원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또 "권력형 성폭력은 한 개인의 삶과 존엄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우리 당은 권력자와 피해자가 맞설 경우,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 "저는 박완주 의원, 최강욱 의원 사건을 처리하면서 철저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저와 뜻을 같이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고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어 "어떻게든 이 문제를 덮으려는 우리 당의 모습에 너무 지치고 괴로워 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털어놓으면서 "하지만 제가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유는, 그것이 피해자를 지키고 연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 말미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은 "오늘 박원순 전 서울시장 2주기를 맞아, 우리 민주당이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피해자의 편에 서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10일 0시 1분쯤 서울시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이에 실종 당일인 7월 9일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됐다.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전 비서로부터 피소됐다는 사실은 고인의 사망 사흘 후인 7월 12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고인의 사망과의 연결고리로 주목됐다. 다만,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으로 인해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