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합창연합회장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 '워크맨'이라는 테이프 재생기로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말 그대로 걸어 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자그마한 휴대용 재생기다. 음악을 반복하기 위해 테이프를 뒤로 돌리면 "치익~"하는 소리가 났다. 중요한 부분의 음악을 반복하여 들으려면 수 십 번이고 "치익~"하는 소리도 함께 들어야만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은 'MP3'를 통해 음악을 들었으나 지금은 이것마저 사라지고 음악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즐길 수 있는 휴대폰이 등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전자기술 덕택에 우리는 생활 전반에 그만큼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케 했던 사실을 되짚어보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부 작곡가가 전자기계를 이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표현하려고 했다. 기존의 악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전자적인 소리를 말한다. 처음에는 자연의 소음이나 사람이 만들어낸 소음을 녹음하여 속도를 변화시키거나, 음높이를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재생하는 '구체음악'(具體音樂)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를 통해 발진된 파형을 소리로 전환시켜 전자적인 음향을 만들어 냈는데 이것이 '전자음악'(Electronic Music)이다. 전자음악은 음색과 음고, 음의 길이와 다양한 리듬과 세분화된 미분음까지 전통적인 악기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까지 실현 가능했다. 1960년대에 '무그'(Moog)라는 아날로그 식 전자악기로 시작했으나 '신디사이저'(Synthesizer)라는 통합된 전자악기로 발전되었다.
요즘 신디사이저는 미디기능이 내장된 건반악기를 지칭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전자방식의 음을 발생하는 합성기라는 의미를 지녔다. 지금은 컴퓨터를 통해 미디어 통합 비주얼 프로그래밍 언어 및 개발환경의 'MAX'와 오디오 비주얼 라이제이션부터 사운드 합성, 신디사이저와 이펙트를 직접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의 'MSP'를 실현시키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소리뿐 아니라 비주얼 아트나 영상음악, 오디오 프로그래밍 등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음악가 중 한 사람은 독일의 작곡가 스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2007)을 들 수 있다. 그는 1953년 퀼른 라디오방송국에 음악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그 해 전자음악의 실험적인 작품 'StudioⅠ, Ⅱ'을 발표했다. 1956년에는 '소년의 노래'를 발표하여 전자음악에 한 획을 긋는 선두주자로 활동했다. 스톡하우젠은 1977~2003년까지 7연작 오페라 '빛'을 작곡했는데 이 오페라는 아주 거대한 구성으로 모두 연주하려면 며칠이 걸린다. 그 중 유명한 부분은 수요일 부분 중 비행 중인 헬리콥터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듣게 하는 '헬리콥터 현악4중주'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듣고 있는 대중음악은 20세기 초 흑인음악과 1950년대 전자음향의 실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틀즈나 허비 행콕 등 수많은 뮤지션이 스톡하우젠의 영향을 받았으며, 우리나라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도 영향을 받았다. 단순히 몇 명의 뮤지션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현대의 록 음악과 퓨전 재즈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음악가로 스톡하우젠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각종 전자악기들의 전자음이 가득한 팝이나 록음악이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선각자들의 실험정신과 노력에 의해 현대인들은 음악과 소리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합창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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