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 고졸 인력 부족에…대구 특성화고 첫 '반도체과' 초읽기

입력 2022-06-23 16:18:21 수정 2022-07-19 13:11:40

경북공고·영남공고 등 기존 화공과를 반도체 학과로 전환 예정
지역 특성화고 가운데 반도체 내세운 학과는 처음
"해마다 반도체 인력 수요 증가 체감하며 변화의 필요성 느껴"

경북공고 학생들이 대구형 현장학습에 참가한 모습. 경북공고 제공
경북공고 학생들이 대구형 현장학습에 참가한 모습. 경북공고 제공

반도체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고등학교 졸업 인력의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장의 부족 인원 가운데 상당수가 고졸 인력이고, 이들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 특성화고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학과를 추진하는 등 교육과정 재구조화에 나섰다.

◆대구 특성화고 첫 반도체 학과 눈앞에

23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특성화고인 경북공고는 이르면 2024학년도부터 기존 '디스플레이화학공업과'를 '반도체화학공업과'로 전환할 계획이다.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맞춰 '학과 재구조화'에 나선 것. 이를 위해 교육부 심사를 거쳤고, 올 하반기에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영남공고도 내년 중 교육부에 학과 재구조화를 신청할 방침이다. 현재 바이오화공과를 반도체 관련 학과로 바꾸기 위해서다. 심사를 통과하면 교육부 지원을 받아 2025학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 학과 재구조화는 교육부 승인과 교원 연수, 학습 시설 개선 등 2년에 가까운 준비 기간을 거친다.

대구의 전체 특성화고 20곳 중 공업계열은 13곳이다. 공업계열 대부분이 반도체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전기·전자·기계과를 두고 있지만, 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운 학과는 아직 없다. 경북공고가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대구지역 특성화고 가운데 첫 반도체 학과가 되는 것이다.

올해 초 졸업생 259명 중 55.2%가 취업에 성공한 경북공고의 이석훈 교감은 "첨단분야 중심으로 산업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높은 취업률을 이어가기 위해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유망한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자를 키울 반도체화공과를 학년별 2개 학급씩 운영할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 장비와 시설운영, 전용 재료 특성과 안전관리 등에 대한 수업을 신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반도체 인력 수요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 4곳에 취업한 대구 특성화고 졸업생은 2019년 16명과 2020년 17명에서 지난해 7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 하반기 고3을 대상을 한 반도체 현장실습 인원도 150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60여 명보다 급증했다.

◆줄어드는 특성화고 학생…학과 재구조화 시급

문제는 고졸 인력 수요에도 지역의 특성화고 학생은 감소세라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2021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산업 학력별 부족 인원(2020년 기준) 1천621명 중 고졸이 894명으로, 55.2%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대구 특성화고 학생은 1만972명으로, 10년 전인 2011년 1만8천850명보다 41.8% 줄었다. 이 기간 졸업생도 6천420명에서 3천694명으로 급감했다. 졸업생 중 취업 비율도 24.9%(2021년 기준)에 불과했다.

학령 인구 감소의 여파로 특성화고 학생도 함께 줄었고, 대학 진학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산업계의 수요에 맞춰 한정된 인원의 특성화고는 교육과정 개편 등 학과 재구조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시교육청 직업교육담당 장학관은 "지역 특성화고들이 첨단산업에 맞춰 학과를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기·전자와 스마트팩토리과 등 기존 학과의 교육과정을 고도화해 반도체 분야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육성된 반도체 인력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선 지역 내 반도체 기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현재 인력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배출한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